벗겨도 벗겨도 끝이 없는 ‘윤창중 의혹들’

안이한 靑… 축소·은폐 시도 납득하기 어려워

2014-05-14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처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안이한 태도도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원은 윤 씨의 ‘평판’을 무시한 잘못된 인사에서 촉발됐지만, 상황이 불거진 이후에도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과 수습은 일반 국민 시각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 이하임을 보여주고 있다.특히 윤 씨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직후 청와대와 주미 한국문화원이 은폐 내지 축소하려 한 정황까지 포착되고 있다.사건 발생 이튿날인 8일(이하 현지시간) 피해 여성은 미국 경찰에 신고하기 직전 호텔방에서 문을 걸어잠근 채 상사들에게 울면서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주미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13일 “피해 여성 인턴이 호텔방에서 울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동이 벌어졌다”며 “이에 관계자들이 달려갔지만 울고불고하면서 문을 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화원의 여직원이 여성 인턴과 호텔방에 같이 있었다”면서 “문을 걸어잠그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소리를 질렀다”고 덧붙였다.문화원 여직원은 성추행 의혹 내용을 처음 접한 인물로 피해 여성을 대신해 워싱턴DC 경찰에 해당 사건을 신고했다. 문화원 측은 이에 청와대 관계자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윤 씨와 함께 피해 여성의 방을 다시 찾아가 사건 무마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함께 문화원 여직원은 이번 사건 직후 사직해 윗선으로부터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윤 씨의 귀국 항공편을 주미 한국대사관 직원이 예약했다는 점도 청와대와 정부가 사건이 불거지자 윤 씨를 경질하고 한국에 돌려보냄으로써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이와 함께 윤 씨의 상상도 할 수 없는 ‘기행’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먼저 박 대통령 방미 수행단으로 따라간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씨는 자신에게 배정된 차량이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배정된 차량보다 ‘급’이 낮다는 이유로 이 수석 등에게 거칠게 항의했다고 한다.통상적으로 대통령 순방기간에 차관급인 청와대 수석에게는 운전기사가 딸린 의전차량이 지원되지만 대변인 등 1급 공무원에게는 별도의 차량이 지원되지 않는다. 하지만 윤 씨의 항의가 이어지자 이 수석은 결국 자신에게 배정됐던 캐딜락 리무진을 양보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박 대통령의 ‘1호 인사’로 인수위 시절부터 권력 문고리를 잡고 있던 윤 씨는 이전에도 직급상 자신의 상관인 이 수석을 사실상 상급자로 대우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윤 씨는 숙소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숙소가 기자단 숙소와 같은 호텔에 배치되자 박 대통령의 공식수행단이 머무는 호텔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방미 마지막 기착지였던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기자단과 다른 호텔에 숙소가 배정됐지만 윤 씨는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급거 귀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윤 씨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도 거짓으로 확인되고 있다. 윤 씨는 성추행 의혹을 해명하면서 호텔 바에서 피해 여성의 “허리를 툭 쳤다”고 말했지만, 호텔 방에서도 알몸으로 피해 여성의 엉덩이를 만졌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또 문제가 된 호텔 바에서의 술자리도 윤 씨는 첫 번째 갔던 바가 너무 비싸 자리를 옮겼으며 30분 정도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동행했던 운전기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빈 자리가 없어 지하 바로 옮겼으며 2시간 동안 이어졌다고 말했다.피해 여성의 업무상 잘못을 여러 차례 지적하다 위로하는 뜻에서 술자리를 마련했다는 윤 씨의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전 정부 한 인사는 “청와대 대변인이면 순방 기간 최대한 많은 기자들과 만나기 위해 하루 4~5차례씩 식사자리를 갖곤 한다”며 “80여명의 취재진이 함께 갔는데 유독 여성인턴만 챙긴 윤 씨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