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에 물려 사기도박 당한 사장님들
은행지점장 등 부유층 상대 63억 사기도박단 덜미
2010-06-22 류세나 기자
사교클럽서 부유층 물색 후 中사설도박장으로 유인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사교클럽에서 만난 중소기업 사장, 은행 지점장 등 재력가들을 미인계로 유인한 후 원정 사기도박을 하도록 해 수십억 원을 가로 챈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본부세관은 지난 14일 국내 부유층을 상대로 해외에서 사기도박을 하게 만든 후 2년간 13명에게서 63억원을 뜯어낸 총책 C씨 등 사기도박단 7명과 해외원정 도박을 한 12명 등 총 19명을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5명의 유인책들은 국내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이나 골프동호회 등의 사교클럽에 가입해 중소기업 사장, 건설사 대표, 주유소 사장 등 소위 돈 꽤나 있다는 재력가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범행대상이 정해지면 골프, 술자리 등을 함께 하며 3~5개월간 친분관계를 쌓는 게 유인책들의 첫 번째 수행과제. 이후 우연을 가장한 ‘꽃뱀’과의 만남을 통해 유인책 1명과 범행대상인 재력가 1명, 꽃뱀 역할의 여성 2명과 함께 중국 샤먼, 웨이하이 등으로 골프관광을 떠나는 전통적인 방법을 이용했다.도착 후 이들 일당은 낮에는 골프를 치고, 밤에는 사전에 입을 맞춘 관광가이드를 따라 자신들이 운영하는 현지 사설 도박장으로 이동해 재력가들이 도박을 즐길 수(?) 있게끔 했다. 이들 유인책들은 재력가들이 중간에 도박을 포기하려고 하면 “내가 더 많이 잃었다”고 자극하거나 숙소까지 따라가 재차 도박을 권유하기도 했다. 또 피해자들이 현금을 모두 탕진하면 도박장 업주에게 여권을 담보로 2억~10억원을 빌리도록 해 그 마저도 모두 잃게 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조사결과 피해자들은 “도박 과정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하겠다”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여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협박에 못이겨 한국에 있는 지인들을 통해 돈을 송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사들이었던 탓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질 경우, 밀월여행은 물론 원정사기 등의 논란이 예상됐기 때문이다.또 피해자 중 일부는 사기도박단과 한패인 유인책과 미인책 등이 볼모로 잡히자 걱정이 돼 돈을 송금한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이와 관련 서울세관 한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사회적 비난 등이 두려워 대부분 피해사실을 부인해 수사에 애로가 많았다”며 “세관 수사를 받고 나서야 유인책의 정체와 자신이 사기도박의 피해자임을 알았을 정도로 사기수법이 치밀하고 교묘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이들에게 속아 도박을 한 피해자들도 불법송금 등으로 처벌을 받게 되는 만큼 일반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