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학과장]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지금까지 부동산정책은 무려 스물세번에 달하지만 여전히 부동산시장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실시한 부동산정책은 8·4 대책을 빼면 주로 수요자 측면의 수요 억제에만 주안점을 둔 정책이었다. 2017년 8·2 대책에서 2019년 12·16 대책의 주요 정책 내용들은 주로 주택담보대출 강화, 전세자금대출 억제, 세 부담 증액,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등으로 수요자들만 옥죄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 발표한 6·17 부동산시장 안정화정책과 추가정책인 7·10 부동산 정책은 지난해 12·16 정책이 20대 국회가 해산되면서 관철되지 못했던 미비점들을 대폭 보완하기 위해 발표한 정책이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 역시 수요자들만 옥죄는 수요억제 정책에 불과하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책이 발표되는 날조차도 시장의 양극화는 계속됐다. 전세시장도 정부가 지난 7월에 입법한 임대차3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시장 불안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더욱이 부동산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무주택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계속 번복되고 우왕좌왕 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국민 모두를 불안하게 한다는 점이다.
12·16 대책에서는 주택가격 기준을 놓고 혼선을 빚었다. 7·10 대책에선 일시적 2주택자도 다주택자로 간주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하자 일시적 2주택자는 과세를 안한다고 함으로써 ‘취득세’ 중과를 번복하기도 했다.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특례의 경우에도 ‘부부공동소유에 개인기준과세’라는 다른 부동산세금처럼 가구별 고려 없이 거주자, 즉 개인을 기준으로 부과한다고 해 타 세금과의 형평성 논란이 벌어졌다. 그 결과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청와대 국민청원은 물론 촛불시위로 번지고 있고, 헌법소원까지 불사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정책에 대해서 다주택자들과 임대사업자들은 물론 무주택자들과 세입자들조차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반발하며 피켓을 들고 길거리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부동산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는 것은 정부가 아파트가격 상승 원인을 모두 다주택자들과 투기세력에 의한 투기적 수요로만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수요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부동산정책을 실시해 왔지, 정작 시장에서 원하는 신뢰와 현실성이 있고 구체적인 주택공급에 대한 정책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이를 인정한 정부는 다급하게 지난 8월 4일에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신규택지 발굴과 용적률 상향 및 고밀화,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 규제 완화 등으로 총 13만2000가구를 향후 서울권역과 수도권에 공급하겠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도 정책협의가 되지 않았는지, 정책을 발표하는 날부터 잡음이 나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까지 반발하고 나서면서 정부가 발표한 예정 물량의 50%나 정상적으로 공급을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지금까지의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정책이 계속될수록 시장 불안은 가속화되고 부동산시장에 속해 있는 모든 시장참여자들을 더욱 더 힘들게 하는 상황으로만 치닫게 하는 정책이 되고 있다. 즉 유주택자는 유주택자대로, 무주택자는 무주택자대로, 임대인은 임대인대로, 임차인은 임차인대로, 매도인은 매도인대로, 매수인은 매수인대로, 부동산시장에 속해있는 어느 한 정책 당사자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서 편안한 사람이 없는 정책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워하고 우려하는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많다. 특히 정갑연 전 연세대 총장은 “문재인 정부가 경제학 원론과 싸우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경제학원론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좀 더 살펴보면, 정부가 현재 부동산시장이 시장참여자들의 불안심리와 투기적 수요가 만연함으로써 수요·공급의 법칙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이라는 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불안심리와 투기적 심리가 작동하는 시장에 맞는 정책이 아닌 수요를 옥죄는 정책만 실시하는 꼴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부동산 수요곡선은 우하향하는 곡선이 되어야 하고. 부동산 공급곡선은 단기적으로는 수직에 가깝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약간 기울어진 우상향 곡선이 되는 형태를 가진다.
하지만 불안심리가 작동하거나 투기적 수요가 만연한 시장에서는 수요곡선이 우하향하는 곡선이 아닌, 우상향하는 곡선이 된다. 가격이 오르면 앞으로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불안심리와 투기적 수요가 작동함으로써 수요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공급은 없는데 수요만 증가하면 엄청난 초과수요가 발생함으로써 가격은 더 상승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 결과 시장은 불안해지고 가격이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불안심리와 투기적 수요만 커지게 된다.
이런 시장에서 수요자만 옥죄고 억누르는 정책은 더욱더 수요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서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수요자들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아파트를 반드시 사야 한다는 불안심리가 극에 달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정책도 효과가 없게 된다.
오직 한가지 해결책은 현실성 있고 구체적인 아파트공급이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계속적으로 이뤄진다는 신뢰성 있는 공급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워, 거꾸로 돼 있는 수요곡선을 바로 잡아 부동산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주택시장을 안정시켜 아파트가격을 바로잡을 수 있다.
타는 기름에 불을 끄겠다고 물을 붇는 것은 오히려 쏟아 붓는 물이 기름이 되어 더 거세게 계속적으로 불길을 키우는 격이 된다. 이럴 때에는 타는 기름에 물을 붓기 보다는 거적을 씌워서 공기를 차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마찬가지로 불안심리가 작동하는 시장에서는 수요억제 정책보다는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신뢰성 있고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꾸준한 공급정책으로 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완화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수요곡선을 바로 잡아서 주택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방법이 더 적절하고 필요한 정책이 될 것이다.
경제학 이론에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가 수요를 옥죄는 정책보다는 주택시장의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서 시장에 역행하지 않는 모든 국민들을 위한 올바른 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 시중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두고 ‘무주택자에게는 좌절을, 1주택자에게는 한숨을, 다주택자에게는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정부가 하는 부동산정책이 국민 모두를 힘들게 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온 나라가 긴 코로나19로 인해서 ‘코로나 블루’를, 긴 장마와 태풍의 피해로 인해서 ‘홍수와 태풍 블루’를 겪고 있는데, 여기에다 부동산정책으로 국민 모두를 힘들게 하는 ‘부동산 블루’까지 겪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도대체 땜질식 정책을 허둥지둥 만들어서 발표만 하면 끝난다는 식의 졸속정책을 과연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부동산정책을 만드는 위정자들에게 묻고 싶다.
차분하고 침착하게 먼저 부동산시장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국민 여론도 수렴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부동산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여유를 가지고 정확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 시장에 역행하거나 시장을 이기려고도 하지 말고, 모든 국민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의 필요성을 이제라도 정책입안자 누구 하나라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