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성현 기자] 대한항공이 기내 성추행 사건을 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이른바 ‘라면상무’ 사건 이후 기내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경 대응 원칙을 표명한 대한항공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지난 12일 오전 3시경 대한항공 여객기 내에서 중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 국적의 20세 여성 A씨의 가슴을 만진 캐나다 국적의 B(19)씨를 준강제추행 혐의로 13일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A씨가 잠을 자고 있는 틈에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마중 나온 아버지에게 전화로 이 사실을 알렸고, 아버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출국장에서 B씨를 체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A씨 측은 “기내 승무원에게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지만 항공사 측에서 일이 커지지 않도록 회유하려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측에서 경찰 신고 등 마땅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라면상무’ 사건 이후 “기내 안전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된다.
“기내 폭행 뿐 아니라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대응을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도 엇갈린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객실승무본부장도 지난달 26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승무원 폭행사건 현장에 있었던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 지 안타깝다”며 “‘기내 폭행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계몽 효과를 보았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대한항공 측은 적절한 조치를 취했으며 은폐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소식을 듣고 승무원의 중재 속에 B씨가 A씨에게 사과했고 A씨가 이를 인정하지 않아 B씨가 자필 사과문도 작성했다”며 “또 승무원이 A씨에게 신고 절차를 설명하고 신고를 하시겠냐고 여러 차례 여쭤봤지만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공항 도착 후 마중 나온 아버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 신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