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을 막아라] 한국 겨냥한 중국의 ‘도적질’…핵심 산업 ‘초비상’
국내 기술유출 사례 다양, 최근엔 중국 천인계획이 핵심
다양한 방법으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기술·인력 빼가
2020-09-13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중국이 ‘중국제조업 2025’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으로 불리는 한국의 핵심 기술들에 대한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술·인력 빼가기를 시도하고 있어 국내 핵심 산업들의 초격차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정부에 따르면 국내 카이스트 교수가 중국의 ‘천인계획’에 포섭돼 최첨단 자율주행 기술을 중국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천인계획은 지난 1990년대부터 실행된 백인계획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해외 인재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방식이다. 인재를 영입한다는 미명 하에 형식적으로 ‘국제공동연구’ 형태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술탈취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기술·인력 탈취는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봉이 낮은 중소기업 인력이나 은퇴를 앞둔 대기업 인력들을 높은 연봉으로 영입하는 사례가 가장 빈번하다. 한국 기업과 분쟁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위장회사나 자회사를 내세워 인재를 영입해 기술을 탈취하는 방법도 한 사례다.
이러한 기술유출은 선박 설계도면, LNG선 건조기술, 반도체와 OLED 등 핵심 기술과 전기차 배터리 제조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력 빼가기 피해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2013부터 2018년까지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630건으로 이 중 550건이 중소기업 사례였다.
피해를 입은 기업이 소송을 걸어도 이미 핵심 기술과 설비·설계 도면이 중국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아닌 이상 손해를 피할 방법이 없다. 특히 인력 유출의 경우 자료유출이 아니더라도 경험과 머릿속 자료가 넘어가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다.
쌍용차와 같은 사례도 있다. 지난 2004년 쌍용차는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헐값에 매각됐는데 이 회사는 SUV 등 핵심 기술만 빼앗고 버리는 전형적인 먹튀 행위를 보였다.
또 항공기 조종사와 관련된 인력 유출 사례도 있다. 높은 연봉에 기장으로 채용됐던 많은 국내 조종사들은 중국 내 인력 인프라 확보가 끝이 나자 기장직을 박탈당하는 등 직급 하향조정을 이유로 한국으로 유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밖에 지난 2018년 국내 드럼세탁기 고효율 DD모터 설계도면의 중국 유출과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의 OLED 관련 기술유출 혐의 등 유사 사례는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심화될 양상을 보인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을 제재하면서 중국은 독자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기술 자립도 7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기술력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YMTC가 128단 3D QLC 낸드플래시 성능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표면적 기술 격차는 1년까지 좁혀졌다. D램 기술의 격차는 2년 이상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에 기술·인력 유출 시 격차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반도체 분야 외에도 전기차 배터리 같은 신산업 분야에서도 한국은 CATL 등 중국 기업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중국 배터리 업계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분쟁을 틈타 공공연히 인력 빼가기를 시도하고 있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중국 업체들은 브로커를 통해 이직을 제안하는데 고액 연봉에 차량, 아파트 등까지 제공하고 있다”라며 “이직자들의 직업 선택은 자유지만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은 국가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