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장바구니 물가 이중고...“추석상 지출, 작년 절반으로 줄였다”
경기회복세 꺾였는데 추석상 부담 커져
“재난지원금도 못받는데...” 부담감 호소
2020-09-13 박지민 기자
[매일일보 박지민 조현경 김정인 조민교 기자]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심화 속에서 추석상에 오른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추석을 앞두고 가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 추석상 준비 큰 걱정”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구모(40대 회사원) 씨는 13일 추석 명절 지출 규모와 관련해 본지에 “예년보다 지출을 훨씬 줄여서 가족들이 먹을 음식 정도만 준비할 예정”이라며 “아마 작년 추석 때 지출한 금액의 절반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채소 값이 많이 올라 추석상 준비가 큰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방모(50대 주부) 씨도 “농협 상추 한 봉지에 1000원 정도 했는데 어제 장을 보러가니 2500원이나 하더라. 또 추석 선물 세트를 사려고 알아보니 사과 한 상자에 7만5000원이나 한다. 야채와 과일 값이 너무 올라 부담스럽다”며 “올해 추석 준비에는 8명을 기준으로 30만 원 정도만 지출할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권모(30대 회사원) 씨는 “우리 집은 (2차) 재난지원금도 못 받는데 농축산물 물가가 올라 이번 추석은 확실히 부담이 다른 때보다 크다”고 했다. 다만 그는 “원래 추석 때 동생 집이랑 저희 집이랑 추석상 준비를 각각 분담해서 하고 있어 작년보다 추석상 준비에 지출을 줄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경제적 부담 탓인지 이들에게서는 추석 모임에 대한 부담감도 엿보였다. 권씨는 “이번 추석 때 부담이 크다보니 모이는 것 자체도 부담”이라고 했고, 구씨는 “어르신들은 명절을 챙겨야 한다고 하시는데 정부에서 추석에 이동제한 조치를 내려야한다”고 했다.
▮장마·태풍에 장바구니 물가 급등
추석 장바구니 물가 급등은 역대 가장 길었던 장마와 잇따른 태풍의 영향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2020년 추석 성수기 주요 농축산물의 출하 및 가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장마 등의 영향으로 추석 성수기(17~30일) 주요 농산물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추석 제수용이나 선물용으로 각광받는 사과와 배는 추석 전 2주간 출하량이 전년 대비 각각 12.8%와 5.1% 감소할 전망으로, 이에 따라 평균 도매가격이 사과는 5㎏당 3만6000원에서 4만원 사이에서, 배는 7.5㎏당 3만원에서 3만3000원 사이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작년 대비 각각 56.1%, 34.2% 오른 수준이다.
또 배추와 무도 출하량이 전년 대비 각각 11.4%, 10.7% 감소하면서 도매가격이 상승할 전망이다. 배추는 10㎏당 1만3000원 내외로 전년 대비 21.8%, 무는 20㎏ 당 1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4.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축산물의 경우는 추석 때 수요가 많은 한우가 kg당 도매가격이 2만 원 내외로 전년 대비 8.0% 가량 오를 전망이다.
▮코로나 재확산에 경기회복세 꺾여
한편 추석을 앞두고 우리 경제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태다. 지난주 정부가 비상경제회의에서 공개한 속보 지표에 따르면 카드 승인액·철도 이용률·지하철 이용률·영화관 관람객 모두 8월 후반부로 갈수록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코로나 재확산 영향을 받고 있는 것.
이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도 확인된다. 8월 셋째 주까지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던 카드 승인액은 8월 넷째 주 -3.3%, 9월 첫째 주 -2.2% 등 감소로 돌아섰으며, 특히 음식점 카드승인액이 8월 셋째 주 -13.9%, 8월 넷째 주 -27.2%, 9월 첫째 주 -28.4%로 3주 연속 급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초 여러 지표가 회복세를 보여 지난달까지 3분기 반전을 예상한 게 사실이지만 8월 중순 이후 코로나 재확산 영향이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나타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게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