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vs삼성 '냉기류 속에 폭풍전야‘

헌법소원 제기한 삼성…후폭풍 어떻게 견디나

2005-07-11     파이낸셜투데이

경영권 위협받는다더니 삼성생명 의결권 허용 이후 삼성전자 지분 안늘려
강 위원장 “삼성 위헌소송 제기 매우 유감” 삼성 “憲訴 공권력 도전 아니다”

삼성이 금융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에 위헌소송을 제기한데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며 일전불사를 벼르고 있고, 시민단체들도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나서는 등 삼성그룹을 겨냥한 후폭풍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공정거래위원회 강철규 위원장은 지난 4일 과천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갖고  "삼성이 위헌소송은 낼 수 있다고 보지만 현 시점에서 위헌소송을 낸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이를 두고 강 위원장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강 위원장은 이어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개정 과정에서 헌법학자들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면서 "이 제도를 포함해 재계나 국회 등에서 제기한 공정거래법상 위헌여부를 다각도로 심도있게 검토했고 합헌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강 위원장은 또 “선진국도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의 당위성을 강조한 뒤 "소송절차에 따라 위원회 입장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삼성측의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에 대한 공정위의 변호인단 구성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며 “승소 가능성은 충분하고 이미 소송을 자원하는 법인도 있다”고 주장했다.공정위 주위에서는 이를 두고 위헌소송에서 승산이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했다.강 위원장은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과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점검하면서 이 제도 적용을 받는 그룹 총수들과 면담을 갖겠다는 뜻도 밝혔다.강 위원장은 "7개 그룹이 이미 출총제를 졸업했지만 아직 11개 그룹이 남아있다"며 "출총제 개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하반기내 제도를 적용받는 11개 기업 총수들을 만나 출총제 조기졸업을 유도하고 시장자율규제로의 조기 전환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출총제를 실제로 적용받는 그룹 총수들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듣는 것이 필요하며, 이 내용을 향후 제도 개편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그러나 삼성그룹에 대해서는 “삼성은 11개 출총제 대상 그룹이 아니다”고 일축해 이건희 삼성그룹회장과의 면담 가능성을 부정했다.

금감위 금산법 위반 아무런 조치 취하지 않아
"총수 만나 시장 파악…출총제 개편 추진"

그는 이밖에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 중간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기업 및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개선정도를 평가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에서 연구용역을 수행중"이라고 덧붙였다.시민단체도 삼성그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6일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의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제24조 위반 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과 양천식 부위원장, 금감위 금융정책1, 2국장을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이와함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금감위 승인 없이 초과 매입하여 금산법 제24조를 위반한 삼성카드 전현직 대표이사 이경우, 유석렬씨와 삼성전자 지분을 승인 없이 초과 소유 중인  삼성생명의 배정충 대표이사를 금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현행 금산법 제27조는 금산법 제24조제1항을 위반할 경우 금융기관 임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윤증현 위원장을 비롯한 금감위는 2004년 초 삼성카드의 금산법 위반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현행 금산법은 물론 카드사를 규율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위법행위를 해소하도록 명령하는 법적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그러나 금감위의 이러한 주장과는 달리, 2003년 금감위가 동부화재 및 동부화재에 매각명령을 내린 법적 근거인 보험업법 제134조와 동일한 내용의 시정조치권이 여전법 제52조와  제53조에 명기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직무 수행을 회피하기 위한 거짓 변명임이 명백하다는 게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더욱이 금감위는 삼성카드의 위법 행위가 드러난 이후 2004년 6~7월 실시한 일제 검사를 통해 금산법 위반 상태에 있는 10개 금융기관을 추가 확인하였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특히 참여연대는 그동안 삼성생명 상장, 삼성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 논쟁 등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사안마다 삼성의 손을 들어줘 ‘삼성 봐주기’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감안할 때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의 금산법 위반에 대한 조치 역시 단순한 직무 방임이 아니라 삼성그룹 지배구조 보호를 위한 의식적, 고의적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이경우 전 삼성카드 대표이사와 유석렬 현 삼성카드 대표이사는 각각 1998년 중앙일보로부터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과 2004년 삼성캐피탈과의 합병으로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는 과정에서 금감위 승인을 받지 않아 금산법 제24조를 위반하였으므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배정충 삼성생명 대표이사 역시 금산법이 제정된 1997년과 처벌 조항이 신설된 2000년 이후 삼성전자 지분을 계속 초과 소유했고, 2004년 이후에도 금감위의 승인 없이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 취득해 명백히 금산법을 위반했으므로 금산법 제27조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경실련도 경제정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권영준 경희대 교수의 칼럼을 홈페이지에 실어 삼성그룹의 헌법소원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이러한 가운데 고객자산으로 취득한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허용폭을 줄이면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삼성생명이 정작 의결권이 허용됐던 2002년 이후 삼성전자 지분을 거의 늘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삼성전자를 겨냥한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삼성이 이번 헌법소원의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바로 삼성전자의 적대적 M&A에 대한 경영권 방어였기 때문이다.삼성측은 헌법소원 제기와 관련, “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0.1%만 있어도 정부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하듯이 기업도 적대적 M&A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대비해야 하는 만큼 생존권을 지키려는 기업을 공정위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그러나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2000회계연도 감사보고서상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은 1천62만2천814주였으나 최근 제출된 2004회계연도 감사보고서상 삼성전자 지분 역시 같아 4년동안 삼성전자 보유 주식이 단 1주도 늘지 않았다.정부는 재계의 적대적 M&A 방지 수단을 강구해달라는 요구에 따라 지난 2002년 초 재벌계열 금융사가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합쳐 30% 한도내에서 고객자산으로 취득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등 관련 규정이 개정했다.사정이 이런대도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전혀 늘리지 않은 것이다. 다만 삼성생명은 최근 도입된 변액보험의 자산운용을 위해 특별계정을 통해 삼성전자 4만4천여주(지분 0.03%)를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보험업법상 계열사 투자 한도는 총자산의 3%이내다. 삼성생명은 결국 총자산의 3%이내인 보험업법상 계열사 투자 한도에 여유가 있었음에도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하지 않고 이 여유분을 지난해 삼성카드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한 출자로 사용했다.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 현황을 보면 삼성이 제기하고 있는 적대적 M&A는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수는 2000년말 1천955명에서 작년말 2천731명으로 40%정도 늘어났다.반면 보유 지분은 같은 기간 동안 54.16%에서 54.13%로 별다른 증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는 한 곳도 없다.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유 지분이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지만 5%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가 없다는 것은 세계의 모든 자본이 다 들어와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들이 단일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따라서 삼성전자의 적대적 M&A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삼성은 헌법소원 제기에 대한 여론이 이렇듯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삼성이 마치 공권력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 진화에 나섰다.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실 김윤근 상무(변호사)는 지난 5일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사법연수생 대상 경제강좌 강연을 마친 뒤 헌법소원을 낸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순전히 법률가로서의 법률적 판단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그룹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다”면서 “대기업의 금융 계열사 의결권 제한에 따른 재산권 및 평등권 침해 등 위헌 여부에 대해 법리적으로 국가기관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성이  있다는 결론에 따라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김 상무는 ‘위헌결정을 받아낼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법 개정을 위해 로비를 하는 것보다는 국가기관의 판단에 맡기는 게 좋은 방법”이라며 “헌법재판관 9명중 6명의 찬성이 필요한 위헌 결정을 받아내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김 상무는 이어 “(헌법소원을 통해) 정리가 되면 피차 좋다”며 “헌법적으로 기업은 이런 것이 안되는구나, 정부도 과도한 부분이 있구나 하면서 정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마디로 정부와 기업간의 관계도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시작된 일이라는 것이다.삼성 법무실 역시 공정거래법이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대기업의 금융사 지배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이미 보험업법 등 금융관련법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제한은 이중규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또 의결권 행사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 외국의 금융기관, 투기성 사모펀드 등에 비해 불합리하게 차별적인 취급을 받고 있는 점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1년간 유예를 거쳐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내년부터 3년동안 5%씩 줄여 현행 30%에서 2008년 15%로 축소하도록 하고 있다.작년말 현재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생명(7.99%), 삼성물산(4.43%), 삼성화재(1.39%), 이건희 회장(1.91%) 등 삼성의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이 17.72%를 보유하고 있지만 2008년이 되면 15%를 초과하는 2.72%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따라서 이번 헌법소원은 주식의결권 제한이 너무 과도하다는 점이 핵심이며 삼성전자가 M&A를 당할 우려가 있다는 점은 부수적이라는 게 삼성측의 입장이다. 삼성그룹측은 유명 법조인들로 구성된 그룹 법무실을 갖고 있음에도 헌법소원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는 율경법무법인의 신창언 변호사와 황도수 변호사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이미 법률 논쟁 준비를 마친 상태다.공정위도 이와 관련한 대책회의를 열고 변호인단을 헌법재판소 출신의 헌법통이면서 공정거래법에도 정통한 변호사 위주로 선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또 변호인단 중 내부 직원들은 재벌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의 경제적 논리를, 외부 변호인은 헌법소원 절차와 헌법적 논리를 담당해 역할을 구분하기로 했다.한편 삼성그룹의 헌법소원과 관련,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이 삼성그룹의 법률고문을 맡았던 전력이 드러나 논란을 일고 있다.관련기관에 따르면 윤 소장은 지난 97년5월부터 헌재 소장 후보자로 추천된 2000년9월까지 3년 넘게 삼성생명 등 계열사의 사장급 상임고문으로 재직했다.이 기간 동안 윤 소장이 받은 보수는 총7억1천100여만원에 달한다.  윤 소장은 초기 5개월간은 비상근으로 근무했지만 이후 3년 가까이 사장급 상임고문으로 1주일에 3일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으로 출근했다.현행 헌법재판소법에는 재판관에게 심리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으며 재판관 스스로도 회피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헌재측은 이와 관련, "현행 헌법재판소법상 재판관이 사건 당사자이거나 재판관이 사건에 관해 증언이나 감정을 하는 경우 그 직무집행에서 제척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번 사건 당사자가 아닌 윤 소장의 경우 제척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소장이 삼성에 재직한 것이 삼성의 헌법소원과 관련해 법적으로 제척 사유가 되지는 않지만 본인이 도의상 이번 사건 전원재판부 심리에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귀추가 주목된다. 장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