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박계 ‘파워게임’ 가시화
최경환 원내대표 선출계기 분화 양상… 당직개편 신경전
2013-05-19 김민지 기자
[매일일보] ‘원조 친박’ 최경환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새누리당 주류세력인 친박(친박근혜)계 내부에서 미묘한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의도를 떠나 청와대의 주인이 되면서 집권여당에 사실상 권력의 진공상태가 만들어진 가운데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차기 실력자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파워게임’은 당장 최 의원을 새 원내사령탑으로 뽑은 지난 15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시작됐다는 게 여권 안팎의 공통된 관전평이다.특히 작금의 주류내 힘겨루기는 10월 재·보선의 공천과 선거결과, 내년 지방선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지속적으로 끼치면서 여권내 권력지형의 변화를 추동할 공산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우선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 원내대표가 경선에서 겨우 8표 차로 신승한 것을 놓고 주류로서 친박세가 매우 엷어진 상황이 반영됐다는 말이 나온다.박 대통령과는 가깝지만 친박으로서의 계파색은 상대적으로 엷은 이주영 의원에게 원내대표 선거에서 예상 외로 많은 표가 몰린 것은 주류의 분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당 안팎에 적잖다.황우여 대표가 지난 15일 취임 1년을 맞아 단행하려 했던 주요당직 개편이 20일로 미뤄진 배경에도 친박을 포함한 세력 간 팽팽한 신경전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집권여당의 인사와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당초 친박계 3선인 홍문종 의원이 청와대의 의중이 실렸다는 관측에 힘입어 유력하게 물망에 올랐다가, 또 다른 친박 핵심 B 의원과 친이계의 한 의원도 관심을 나타내며 갑자기 5명이 경합하는 상황으로 변하기도 했다.지도부 일각에선 충청권 배려 차원에서 이완구 의원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특히 친박내 힘겨루기는 지역 맹주와 차기 리더십 등을 둘러싼 경쟁 속에 전선을 넓혀갈 공산이 크다.우선 여권에서는 새누리당의 정치적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 지역의 맹주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대주주’가 사라져서다.일단 3선임에도 일약 원내대표를 거머쥔 최경환 의원이 유리한 입지를 바탕으로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현재 당직은 없지만 대구출신의 3선 유승민 의원도 ‘다크호스’다.역시 새누리당의 텃밭인 PK(부산·경남)에는 김무성 의원이 4·24 재보궐선거를 통해 5선으로 여의도에 재입성하면서 부산을 넘어서 단숨에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떠올랐다.‘친박 좌장’으로 통했던 김 의원은 당선 후 “소외감을 느끼는 친박계, 상실감을 느끼는 비박·친이계의 역량을 결집해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게 나의 역할”이라며 무언가 ‘그랜드 디자인’을 갖고 있는 듯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이 때문에 김 의원의 당권 도전은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10월 재·보선의 결과가 그의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황 대표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차기 당 대표는 오는 2016년 4월에 열리는 20대 국회의원 선거의 공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권력지형의 대대적 재편을 이끌 여권의 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부산에서는 또 다른 원조 친박인 서병수(4선) 의원, 유기준(3선) 의원이 당 지도부를 거치며 차세대 리더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나란히 내년 6·4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부산시장 유력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3선 의원 출신의 친박 핵심 권영세 주중 대사 내정자도 차세대 리더그룹으로 눈여겨볼 인사다.‘정치적 중원인 충청에서는 6선의 이인제 의원, 3선의 정우택 최고위원, 역시 3선인 이완구 의원이 지역 맹주 다툼을 벌이며 당내 한 축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친박 성향의 이들 3인은 차기 당 대표 선거에서 ‘충청대표론’을 띄우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친박계의 분화와 차기 리더십 경쟁은 비박(非朴·비박근혜)계 거물인 정몽준(7선) 이재오(5선) 의원과 당내 경제민주화모임을 이끌고 있는 원조쇄신파 남경필(5선) 의원 등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