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원·엔 환율 하락폭, 2000년 이후 최대

작년 같은 달 비해 24% 떨어져 한국경제 '압박'

2014-05-19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5월 들어 원·엔 환율이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원·엔 환율은 대부분의 업종에서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서 중요한 변수이다. 급격한 원·엔 환율 하락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뿐 아니라 금융 시장으로 충격이 전달될 수 있다.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13일까지 원·엔 환율 평균치는 100엔당 1103.20원으로, 지난해 5월 원·엔 환율 평균 1451.49원보다 24.0% 하락했다.이는 지난 2000년 이후 전년동기 대비 하락폭이 가장 큰 것이다.원·엔 환율은 지난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권한 이후 공격적인 통화정책으로 통칭되는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되면서 급속도로 떨어졌다.지난해 8월까지는 원·엔 환율이 전년 동월 대비 상승흐름을 나타냈지만 이후 9월부터 9개월 연속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지난해 9월 전년 동월 대비 1.66% 하락한 데 이어 12월에는 12.95% 급락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19.29%, 2월 18.52%, 3월 14.78%, 4월 17.93%, 5월 24.00% 등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5월 들어서는 원·엔 환율은 심리적 지지선인 100엔당 1100원 아래로 떨어져 2008년 9월 이후 56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9월 초순 원·엔 환율은 100엔당 1450원대였으나 최근 109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이런 상황 때문에 지난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금융당국이 엔화대비 원화절상 속도를 늦추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엔화 약세 속도가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엔화 약세는 한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수출 업종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으로서는 가격 경쟁력 약화로 수출 부진이 불가피한 실정이다.문제는 엔화 약세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닌 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다.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공격적인 통화 공급 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국제사회도 이를 묵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 경기 회복과 양적완화 조기 종료에 대한 논란도 달러강세로 이어지고 있고 이는 엔화 약세를 가속화 시켜 결국 장기적인 엔화 약세 추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엔화 약세는 국내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은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16일 기준 6조1618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반면 일본으로는 외국인 투자가 급증해 연일 상승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 엔저로 인해 일본 경기 회복과 기업 이익 증가 기대감 등으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엔약세 영향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전에 비해 엔화에 대한 내성이 생겨 상대적으로 실적 하락폭은 작을 것으로 조 연구원은 예상했다.조 연구원은 “국내 경제의 엔약세에 대한 내성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며 “엔·달러 환율이 110엔 수준에서 수출이 11.4% 감소한다는 가혹한 조건에서도 기업이익은 전년대비 15.3% 증가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