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둔화 우려] 자동차·철강 등 제조업, ‘환율 착시 효과’ 사라지나?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업계, 상반기 매출 감소 속 고환율 덕 ‘톡톡’ 최근 환율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하락, 장기 기조 전환 여부에 관심

2021-09-21     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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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수출의 버팀목으로 작용했던 고환율 기조가 깨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지난 2~3분기 환율 덕을 봤던 제조업의 경영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분기 현대자동차는 달러화의 가치 절상으로 상당한 효과를 받았다. 1분기에는 차량 판매가 지난해 대비 11.6% 감소했지만, 매출액 5.6%, 영업이익 4.7%가 증가했다. 3월 들어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 이후 급등한 환율이 영업이익에 착시효과를 더했다는 평가다. 2분기에도 환율 효과는 분명했다. 현대차는 2분기 물량감소로 매출이 1조6580억원이 줄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로 인한 믹스개선 효과가 1조510억원에 달했다. 또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은 1870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의 심각한 타격에도 매출액은 21조859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18.9% 줄어드는 데 그쳤다. 철강업계 역시 지난 2분기 환율 덕을 봤다. 일관제철소의 경우 전세계 자동차 공장이 멈춰서면서 공급 중단으로 적자까지 기록하는 참담한 실적을 거뒀지만, 동국제강이나 동부제철 같은 전문 압연업체들은 오히려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동부제철은 석도강판 수출이 날개를 달면서 환율 효과와 겹쳐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러한 환율 영향이 원달러 환율이 1200원에 달했을 때 이야기라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이 코로나19 이전인 1월 수준으로 하락한 지금 착시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철강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환율 10원이 하락하면 냉연 제품의 수출 부문 수익은 t당 8000~1만원 정도 하락한다. 환율이 1100원대로 떨어지면 t당 10만원 가까이 손익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자동차 업계의 손익도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수출 비중이 80%에 이른다. 비록 해외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이러한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고환율 당시 환차익을 봤던 만큼 환율이 떨어지면 그만큼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철강업계의 경우 원료를 해외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헤지에는 큰 문제가 없어 달러 수요에 대한 민감도는 낮은 편이다. 그러나 손익과 헤지는 별개라고 영업 담당자는 설명했다. 단기적인 환율 하락은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지만, 환율 하락이 장기적 기조로 전환되는 경우 수출 비중을 줄이고 내수 판매를 늘리는 것이 외화 비용 손상을 줄이는 방법이다. 자동차업계는 상반기 내수 판매가 크게 늘었지만, 하반기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수출은 지속 회복세를 보여 환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철강업계도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수출 비중을 높여 환율 하락이 달갑지 않은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수출 비중이나 전략에 손댈 만큼 환율 영향은 없지만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장기적 하락 국면이 지속되면 수출 비중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