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둔화 우려]돈 찍는 미국, 내수부양 중국… 원달러 가치 향방은
美 Fed, 저금리·달러 공급 이어가
中 V자 반등으로 위안화 강세까지
원달러 하락세에 韓 수출 반등 불투명
2021-09-21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수출 전선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 기조와 중국 경제의 V자 반등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1일 관세청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9월 1~20일 수출액은 조업일수 증가 덕분에 지난해 동기보다 3.6% 증가했다. 올해 조업일수(15.5일)는 지난해(13.5일)보다 2일 많았다. 1일 평균 수출액은 9.8% 감소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하지 않은 통계를 살펴보면 주요 수출 품목 중에서 반도체(25.3%), 승용차(38.8%), 정밀기기(14.7%) 등이 증가했고, 무선통신기기(-9.1%), 석유제품(-45.6%), 선박(-26.5%) 등은 감소했다. 수출국별로 살펴보면, 중국(8.7%), 미국(16.1%), 베트남(5.8%), 유럽연합(EU·9.6%) 등은 증가했고, 일본(-18.5%), 중동(-12.2%) 등은 감소했다.
산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이어진 하락세를 끊고 이달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원달러 환율이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높을수록 수출에 유리하다.
문제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직전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58원으로 마감했다. 1160원 선이 붕괴된 것이다. 최근 1년간 최고점인 지난 3월 19일(1280원)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120원 넘게 하락한 수치다.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최근 코로나19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급격히 달러 공급을 늘렸기 때문이다. 달러가 시장에 많이 풀리면서 달러 약세 기조가 강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위안화 강세 또한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 시장인 만큼 두 나라의 상관관계가 깊다. 위안화-원화 동조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은행이 올해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률을 추적해본 결과에 따르면 두 화폐의 상관계수가 0.57로 나타났다. 상관관계가 1에 가까울수록 두 지표가 서로 함께 움직인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중국이 유일하게 급격한 V자 경기 반등을 시작하자 위안화 강세가 나타났다. 중국은 올해 1분기 성장률 -6.8%를 기록했지만 한 분기만에 성장률을 3.2%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 6월 초만 해도 달러당 7위안이 넘었던 위안화 환율은 이날 6.76위안까지 떨어졌다. 위안화 가치는 최근 3개월 사이 4.5% 급등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일단 미국의 저금리·달러 공급 정책은 변함이 없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연 0~0.25%인 기준금리를 최소 2030년 말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산매입 방식으로 월 1200억달러를 공급하는 대책을 수개월 동안 더 이어간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위안화 강세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리서치업체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중국 인민은행이 통화 가치를 더 절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안달러 환율이 연말에는 6.6위안, 내년 말에는 6.3위안까지 하락해 위안화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원달러 하락으로 수출 기업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이달 수출 반등이 실제 이뤄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