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지난달 중순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방역당국은 시민들에게 외식 대신 배달‧포장 주문을 권고했다. 이후 배달 주문량은 급증했다. 8월 30일 일요일 하루 동안 바로고에 접수된 주문 건수는 약 57만5000건으로, 한달 전인 7월 26일에 비해 약 12만건(25.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갑자기 늘어난 주문량에 피크시간대면 ‘한 시간이 지나도록 배달이 오지 않는다’는 주문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예견된 혼란이었다. 배달 수요가 급증한 반면 폭염과 장마가 겹치며 배달 라이더 숫자는 크게 부족해졌다. 태풍까지 덮치자 일부 배달대행 허브들은 라이더의 안전을 위해 운영을 중단했다. 정부는 시민들에게 배달과 포장 이용을 권장하면서도 관련 업계나 종사자들과는 대비책 마련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업체들은 급하게 라이더 구인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라이더 숫자를 늘리기 위해 일부 업체에서 10여년 간 동결돼 있던 배달료를 인상하기로 결정하자 ‘코로나19를 틈타 배를 불리려 한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기도 했다.
배달 비수기인 추석이 다가오면서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앞으로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지금 대비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또 다른 혼란을 막지 못한다. 현장에서 만난 배달 종사자들은 ‘이 일을 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배달대행업이 정부와 사회로부터 성장 잠재력을 가진 주요 산업으로 인정받아야 라이더의 숫자도 늘고 배달 업무의 질도 향상될 수 있다는 얘기다.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민들의 편의를 증진한다.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줄일 때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이웃나라 일본은 다음달부터 택시를 이용한 음식료품 배달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코로나19로 인해 증가한 음식 배달 수요를 감당하고 경영난에 처한 택시업계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이처럼 혁신적인 규제 철폐만이 정답이라는 건 아니다. 포장 주문을 이용하기 위해 대기 중인 차량에 대해선 불법주정차 단속을 완화하는 등 사소한 규제를 무너뜨리는 것에서부터 배달 수요 급증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국내 배달시장 규모는 2014년 10조원에서 2018년 20조원으로 4년 새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그만큼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 가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규제의 칼날을 피해 이만큼이라도 성장하지 않았다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시민들은 더 큰 불편을 겪었을 것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앞으로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겪은 일련의 사태처럼 어느 누구도 이 산업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혹은 정부가 기존의 낡은 틀 안에 업계를 가둬 두려 한다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