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하필 이런 시기에...공정경제 3법 시급성 의문”
재계 인사들, 이틀째 제1야당 대표 설득 총력 '이례적'
2021-09-23 조현경 기자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해 국회를 방문한 데 이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23일 국회를 찾아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만났다. 손 회장은 만남 직후 기자들에게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수많은 기업부담 법안들을 다뤄야 하는지 그 시급성에 대해 의문"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날 오후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과 함께 김 비대위원장을 만나 공정경제 3법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를 전했다.
손 회장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국회에는 기업경영권 이슈로부터 고용, 노동제도에 이르기까지 기업경영과 투자 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기업부담을 늘리는 법안이 200여 건 넘게 제출돼 있어 경제계로서는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며 "지금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고용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기업의 활력을 살리고 경쟁력을 높여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나라는 기업활동에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키는 각종 기업규제를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어 "현재의 코로나19 위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지금은 우리 기업들이 당면한 경영위기 극복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수많은 기업부담 법안들을 다뤄야 하는지 그 시급성에 대해 의문"이라며 국회가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들은 논의를 보류하거나 위기 속에 경제계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근본적인 경제제도 개선과 관련된 사안들은 경제가 정상화된 이후에 중장기적으로 다뤄 줄 것을 요청했다.
경제계가 이례적으로 야당 대표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공정경제 3법에 찬성하는 김 위원장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정경제 3법은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대기업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며 금융그룹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우리의 오랜 현안"이라며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을 촉진하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어제도 공정경제 3법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저에게 거듭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경제계의 반대와 관련해선 "기업들은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을 우려한다"며 "우리는 방향을 확실히 정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업계를 포함한 의견도 수렴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기업인 출신 최고위원조차 공정경제 3법에 적극적이다. 삼성 출신 양향자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경제계의 걱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공정경제 3법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다만 "토론장은 필요하다. 공론의 과정에서 경제계가 소외당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