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작품이 따로 없다. 하늘을 보자
2021-09-24 매일일보
작품이 따로 없다. 하늘을 보자. 빛이 가장 중요한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하늘과 일조량은 야외에서 만족할만한 컷을 얻기에 무척이나 척박한 조건으로 이야기된다. 지금은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앞서 지난해 우리는 기록적인 미세먼지로 이미 KF마스크를 접하지 않았나. 잦은 황사와 잿빛 도시에 희망이 들어찬 듯 요 근래 하늘이 주는 청명함과 해질 무렵 선사하는 근사함은 작품 그 자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를 보면 초미세먼지 15㎍/㎥ 이상인 '좋음' 일수는 93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3일에 비해 48% 증가했다고 한다. 환경부는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국내 배출 감축 정책효과, ,기상 영향,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경제적 활동 감소 등의 요인을 꼽는데 의외로 코로나19의 영향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기상이든 코로나19든 예측 불가한 외부 요인의 미세먼지는, 국내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언제든지 고농도 미세먼지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어찌되었든 모든 것이 후퇴하는 듯한 일상에서 맑은 공기와 하늘은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되어주고 있다.
그동안 청량한 자연 하늘과 풍광을 창에 담아두는 작업을 펼쳐온 임창민 작가가 마침 미국에서의 귀국소식을 전해왔다. 대구 계명대학교를 졸업한 후, 뉴욕대 대학원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 뉴욕시립대 영상예술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 프러덕션으로 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상하이, 홍콩, 서울, 대구, 부산등을 오가며 개인전을 개최했고, 국내외 아트페어에서 주목받아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실내와 실외의 풍경을 사진과 미디어를 합친 작업으로 또 다른 공간을 창조해 온 'Into a Time Frame' 연작이 대표작인데, 주로 고즈넉한 정적인 실내공간에서 창밖의 구름, 나무, 바다 등 미세하게 움직임이 보이는 형식이다.
작업노트에 나타난 작가의 생각은 이렇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시간을 표현하기에 힘이 든 반면 영상은 시간을 반드시 담고 가는 매체이다. 두 매체가 결합했을 때 매체의 경계선에서 알 수 없는 스파크가 일어난다. 이를 창을 통해 두 가지 속성을 함께 표현하는데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이 공존할 때의 일루전을 주는 것 같다. 나의 작품은 푸른빛을 띠거나 푸른 톤을 가진 작품이 많다. 그 이유는 블루 틴트 유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없는 공간의 청량한 분위기를 연출해서 일 것이다. 작품의 대부분은 시각적 경험이나 기억을 베이스로 한다. 그 경험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로 누구든 유사한 경험이 있을 것이며, 나의 작품을 통해 각자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