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마켓 갑질] 시장 장악한 ‘구글’의 인 앱 결제 의무화…업계·정부 적극 대응 나서
게임 외 분야서도 30% 수수료…“국내 앱 개발 생태계 무너진다.”
법안 발의·소송 등 대응 나서…코로나로 성장하는 콘텐츠 분야 ‘급제동’
2020-09-24 정두용 기자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앱 내 결제 시스템 사용 의무화를 게임 외 분야에도 적용해 30% 수수료를 부과하겠다.”
세계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시장을 장악한 구글의 ‘갑질’에 국내 개발사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과반을 차지한 구글을 통하지 않고서는 앱을 유통하기 힘든 구조다. 그렇다고 구글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따르자니 남는 게 없다. 앱 개발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앱 개발사의 한 직원은 “반기를 들어 플랫폼에서 퇴출당한다면 사실상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와 같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앱 수요 증가로 스타트업을 비롯해 다양한 개발사들이 성장할 기회를 맞았지만, 구글의 갑질로 생태계가 무너질 위기”라고 하소연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30% 수수료를 부과하는 ‘앱 내 결제 시스템 사용 의무화’ 방침을 철회하기 위해 국내 앱 개발사들 힘을 모으고 있다. 정부 관계 부처에 협력을 요청하고, 소송 움직임도 보이며 ‘구글 갑질’을 막겠다는 의도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앱 마켓별 매출 점유율은 구글플레이 63.4%, 애플 앱스토어 24.4%, 원스토어 11.2%로 나타났다. 구글플레이의 2018년 기준 국내 매출은 5조4098억원에 달했다. 지금은 시장 자체가 커져 더욱 많은 수익을 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게임사들은 이미 30% 수수료를 내고 있다.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끄는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이 구글과 애플에 낸 수수료만 지난해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구글은 인 앱 결제 시 30% 수수료 챙긴다. 구글은 게임에만 적용했던 ‘인 앱 결제 의무화’ 방침을 웹툰·웹소설·음원 스트리밍·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최근 코로나19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에 적용 범위 확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구글이 앱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고 이미 자체적 판단을 마쳤다고 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에 반발을 사더라도 이 방안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구글은 확대 시점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적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유료 디지털 재화에 적용 범위를 한정했지만, 추후 쿠팡 등과 같은 실물 재화를 판매하는 앱까지 언제 범위를 확대할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은 그간 소비자가 앱 개발사로부터 구매를 취소해도 수수료를 되돌려주지 않는 등의 행태로 ‘갑질’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 개발사들은 이번 구글 방침에 즉각 반발에 나섰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전일 온라인을 통해 ‘인 앱결제 강요로 사라지는 모든 것들’ 간담회를 열고 “구글의 인 앱결제 강요가 불공정함은 물론이고, 생태계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 시대에 구글의 독점적 지위 남용에 대해서는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으며, 가장 많은 피해는 진입장벽이 높아진 스타트업들”이라며 “앱 마켓 사업자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하고, 방통위의 관리감독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기하는 등 해당 이슈의 부작용에 대하여 효율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도록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구태언 변호사도 “무료 앱은 결국 사업자가 볼륨을 키워서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인 앱 결제 강요는 독점력을 발휘해서 완장을 차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앱 개발사의 집단행동도 보인다. 온라인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은 내달 23일까지 구글과 애플의 과다한 수수료 문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 위해 피해 업체들을 모집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사격도 이어지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구글 인 앱 결제 강제 방침과 관련해 “현재까지 검토한 내용으로는 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앱 개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번 논란의 핵심은 자체적으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는 중소업체들의 선택권을 빼앗아 간 점”이라며 “일반 카드사에 10배에 해당하는 비용을 단순히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가는 것은 지나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