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빵집 위협하는 건 ‘대기업빵집’ 아니다

2013-05-20     전수영 기자

[매일일보]
소비자, 빵집 규모보다 ‘맛’과 ‘서비스’ 우선
편의점·프랜차이즈 분식점이 더 큰 위협

대기업빵집과 동네빵집의 상생이 요구되는 가운데 동반성장위원회이 대기업빵집 출점 제한이 과도해 자칫 대기업·동네빵집 모두 몰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시장 논리를 무시한 정부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동반위는 지난 2월 5일 반포동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제21차 동반위 회의를 열고 제과점업, 음식점업 등 16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 권고했다.

동반위는 ‘대기업빵집’에 대해 지난해 말 점포수 대비 2% 이내에서 가맹점 신설을 허용하되 기존 중소제과점 반경 500m 이내에는 출점을 제한했다.

이에 따라 업계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으로 대표되는 ‘대기업빵집’이 직격탄을 맞았다. 더욱이 대기업빵집의 경우 이미 반경 500m 이내에 동일한 가맹점 출점을 금지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모범거래기준을 따르고 있어 동반위의 이 같은 결정은 ‘이중규제’라는 지적도 일었다.

동반위의 결정에 따라 제과업계 대기업빵집의 신규출점이 사실상 막히면서 기업 발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들은 안정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프랜차이즈 개점을 희망하는 예비창업자들의 문의에 대해 답변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신규 출점을 할 수 있는 곳이 신도시나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곳뿐이고 그마저도 한정적이라 대기업빵집으로서는 해법을 찾기 힘든 상태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정년 보장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있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퇴직을 하는 이들이 안전한 곳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정부의 규제가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쌀 소비량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커진 빵, 베이커리 시장의 규모는 6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 시장을 동네빵집, 중소 프랜차이즈 빵집, 대기업빵집이 분할하고 있는 상태다.

제빵 시장에서 대기업빵집의 점유율이 커지면서 동네빵집과 중소 프랜차이즈 빵집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동네빵집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에는 맛과 서비스 차이 때문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최근까지 동네빵집을 운영했던 전직 사장은 “대기업빵집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동네빵집도 새로운 빵을 개발하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맛없는 빵을 사줄 소비자는 없다”고 말했다.

주부 황모씨(38)도 “어떤 빵이든 맛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을 살 수밖에 없다. 사실 대형빵집은 넓고 빵도 많아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동네 빵집에 특화된 빵이 있으면 그것도 사고, 파리바케뜨 같은 대기업빵집에서도 빵을 산다”고 말했다.

대기업빵집에서는 동네빵집을 위협하는 것은 대기업빵집만이 아니라 편의점, 분식프랜차이즈업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편의점이나 분식프랜차이즈가 더큰 위협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빵과 라면, 편의점 도시락을 두고 어떤 것을 먹느냐를 고민하기 때문에 제빵업체끼리의 경쟁보다는 이종업종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연 2조원대로 추정되는 도시락 시장에서 편의점 도시락의 비중은 7000억원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갈수록 그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직장인 김재범(40)씨는 “요즘 경기도 어렵고 해서 한 끼 식사를 편의점 도시락이나 분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회사 근처에 대기업빵집과 동네빵집도 있지만 빵보다는 밥이나 라면을 먹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빵집이든 동네빵집이든 분식점이든 내 돈 주고 내가 사먹는 거니까 빵집들만의 경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동반위는 지난달 30일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기업 음식점 출점 범위를 수도권과 광역시는 역(지하철역) 반경 150m 이내, 그 외 지역은 역 반경 300m 이내에 출점할 수 있도록 하는 중재안을 냈다.

이 때문에 대기업빵집 출점 제한거리를 500m로 규정한 것은 역차별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에 동반위 관계자는 “거리제한은 업계에서 먼저 얘기한 것이다. 또한 업종의 특성이 있을 수 있다”면서 “(거리제한) 권고안을 만드는데 우리보다는 대·중소기업 간의 합의가 우선이다”라고 비판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