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산업] 조선업계 보릿고개 돌아오나?…제2의 혹한기 우려
1~8월 글로벌 선박 발주량 전년比 54% 감소
효자 선종 LNG선 70% 급감…VLCC도 40% 줄어
국내 조선 3社, 연간 수주 목표치의 20%대 그쳐
2020-10-04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2016년 이후 또 다시 보릿고개에 직면할 위기에 놓였다. 올해가 3개월 밖에 남지 않았지만 수주 물량이 전년 대비 반토막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이렇다 할 반등을 보이지 못하면 내년부터 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4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812만CGT로 작년 같은 기간(1747만CGT) 보다 54% 감소했다. 이는 조선업계가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2016년과 맞먹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선박 발주가 유난히 쪼그라든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선주들이 선박 발주를 미루고 있어서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의 효자 선종으로 통하는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는 8월 누계 기준 77만CGT로 전년 동기 보다 70% 급감했으며 초대형 유조선(VLCC)도 41% 감소했다.
발주량이 급감하면서 조선 3사의 수주량 역시 저조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는 8월까지 41억달러를 수주하며 올해 목표 치인 157억달러 중 26%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총 7척의 수주를 따내며 연간 목표치인 72억1000만달러의 21%만 달성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목표치인 84억달러의 8% 달성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선사들의 곳간은 빠르게 비어가고 있다. 8월 말 기준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은 1915만CGT로 전년 동기 2121만CGT에 비해 9.7%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내년 말부터 조선사들의 구조조정 문제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조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를 조선해양사업부로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해 비용 절감에 나서기도 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수주량이 워낙 저조 하다 보니 연말까지 신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2016년보다 더 심각한 보릿고개가 도래할 수 있다”면서 “회사 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내년부터 일감이 떨어지는 곳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