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산업] 코로나 직격탄 현대중공업, 재무건전성 우려 커져

경영실적과 이자보상배율 괴리 커…당기순손실 개선 여지 불확실 수주해도 문제, 조선·해양플랜트 공사 수익이 원가보다 더 낮아 1~2년 후 제2 보릿고개 재연 우려…노조서 우려한 부분 현실로

2020-10-04     문수호 기자
현대중공업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조선업계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수주가 급감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분할 당시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로 다가올 예정이어서 노사 간 분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의 수주달성률은 올해 목표 수주액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역시 26% 수준으로 목표에 한참 미달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이 분할되면서 7조원 이상의 부채를 떠안았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현 상태가 유지되면 재무건전성에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은 내고 있지만 당기순손실 등 결손금이 적지 않아 자본금이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차입금을 늘리는 수밖에 없어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7개월간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1295억원이었으며, 당기순손실은 889억원이었다. 금융비용은 2600억원에 달하지만 이자비용은 802억원에 불과해 이자보상배율은 1.61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차입금을 늘리는 대신 자산매각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현 상태가 지속되면 차입금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당기결손금은 당기순손실에 신종자본증권이자 등을 포함해 1049억원에 이른다. 부채총액은 8조2466억원이다. 결손금을 자본금으로 보전하게 되면 재무건전성은 악화된다. 가장 큰 문제는 배를 만들수록 손해라는 점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조선, 해양플랜트 부문의 누적공사 수익은 누적공사 원가보다 1조1228억원이나 낮았다. 특히 올해 수주 절벽 현상은 코로나19로 인해 재앙에 가깝다. 선주로부터 발주가 급감했고 수주한 물량 역시 원가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특성상 가동률과 고정비 확보를 위해 한계원가에 가까운 금액에 수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반해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달리 양호한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영업이익 2902억원, 당기순이익 2131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현대중공업에서 파생된 현대글로벌서비스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 1060억원과 당기순이익 875억원을 올렸다. 현대중공업 분사 전 노조에서 극도로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로 나타난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사업군 중간지주격 회사로 창설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과 연구개발 등 알짜 부서만 빼간 한국조선해양은 견실한 기업이 되고, 신설사업법인이 된 현대중공업은 부채를 떠안아 경영난에 빠질 것을 우려한 바 있다. 현재 한국조선해양에서 수주하면 원가보다 낮은 금액에 손해는 건조를 담당한 현대중공업에서 보는 구조다. 현대중공업은 분사 전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도 건조 물량은 나쁘지 않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줄이기 위한 납기 조정과 분사로 인한 현대중공업의 채무 부담 증가는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실적은 7개월이 아닌 1년으로 환산할 경우, 당기순손실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대비 올해도 크게 나아진 점이 없는 것을 고려하면 실적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올해 수주가 저조한 만큼, 기존 수주 물량을 건조 기간을 최대한 채워 납품할 것으로 보여 올해 실적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내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현 상황이 타개된다는 보장이 없고, 1~2년 후엔 수주 절벽 영향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여 제2의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이에 현대중공업 현장직 근로자들의 구조조정 등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이자비용이 적어 이자보상배율은 높을지 모르지만, 현상황이 지속되면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수년 내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