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산업] 대우조선해양, 합병 후 또다시 좀비기업 전락할까?
대우조선해양, 2016년 대규모 감자로 빚 탕감…작년 당기순손실로 적자전환
현대중공업과 합병 후 영업·연구개발 부문 등 분사되면 실적 악화 가속 전망
2020-10-04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함 심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19로 회복 기미를 보였던 조선산업이 급격한 수주 절벽을 맞고 있어 합병 후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건전성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EU의 반독점 규제기관인 집행위원회는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이들 기업의 기업결합 심사를 세 번이나 유예했지만,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신속한 심사 통과를 위해 EU 집행위원회 측과 협상에 나서며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일본 등 경쟁국과 선사들이 몰려 있는 유럽 등의 견제가 심한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은 EU 기업결합 심사를 합병에 이르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합병이 완료되면 조선소 대형화에 따른 구매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 내에선 최근 달라진 업황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클락슨(Clarksons)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의 수주점유율은 세계 1위(13.9%)로 대우조선해양과 합병한다면 점유율은 21.2%까지 올라간다. 특히 우리나라 조선소의 경쟁력이 높은 LNG 추진선 부문은 사실상 과점 상태가 된다. 경쟁사가 줄면 지금과 같은 수주 경쟁 줄어 수주금액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상황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역설적으로 선사가 몰려 있는 EU가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수주가 급감했다는 점이다. 조선업계의 실적은 일반적으로 빨라도 1~2년 뒤 반영돼 현재 수치상으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이후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8월까지 수주달성률이 목표 수주액의 20%를 겨우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심지어 올해 상반기 기준 수주잔고는 5조6921억(상선 부문 기준)으로 급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일감은 1년 조금 넘게 남은 상황으로 올해 수주 상황을 고려하면 1년 후부터 심각한 상황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해양플랜트 부문은 더욱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편입은 문제를 부추길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사업군 중간지주격인 한국조선해양은 기존 현대중공업의 영업, 연구개발 등의 사업부를 분리해 만들어졌다. 만약 대우조선해양 역시 이 같은 방식으로 분사가 이뤄지면, 건조 부문을 맡은 대우조선해양은 경영실적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영업이익 7330억원과 1조250억원을 달성했고, 당기순이익도 각각 6458억원과 320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영업이익이 2928억원으로 급감했고, 당기순손실이 465억원으로 적자전환 됐다.
대우조선해양이 2017년부터 실적이 좋아진 것은 2016년 말 단행한 10대 1의 감자 덕분이다. 대규모 감자로 인해 결손금 등 빚이 탕감돼 경영실적이 좋아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황과 합병 후 분사는 대우조선해양의 자본잠식을 가속 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합병 후 현대중공업과 같은 방식의 분사가 이뤄지면 한국조선해양은 더욱 견실해지고 대우조선해양은 채무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시기에 노조가 합병 후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