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잉 위잉.’
진동으로 해둔 휴대폰에서 오전 10시만 되면 울리는 알람 소리.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한 달 전쯤부터 매일 반복되는 공공 재난 문자다. 이번 추석에 감염병 예방을 위해 고향 방문과 외출, 모임, 여행을 자제하라는 내용이다. 얼마 전부터는 아예 부모님들이 직접 자녀에게 방문 자제토록 전화하라는 내용까지 추가되었다. 자녀들의 죄책감까지 고려하는 꼼꼼함이여!
이번 추석은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이다. 지역 봉쇄, 이동 통제 등의 강제적 정책은 아니지만, 정부와 공공 기관에서는 ‘완곡하지만 강력하게’ 이동 자제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권고하였다. 심지어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게시판에도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 역시 ‘당연히’ 이번 추석은 고향에 내려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부모님께도 다음에 뵙자고 연락을 드렸다. 그런데 막상 추석이 되니 고속도로는 몰려드는 귀성객들로 정체를 빚고, 제주도를 비롯한 국내 유명 관광지는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는 등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동생 내외도 예년과 다름없이 고향에 내려와 부모님을 찾아뵈었다며 못내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않으시는 부모님의 전화를 받고 나는 괜스레 죄인 아닌 죄인이 되었다. 문득 윤동주 시인의 시구가 떠올랐다.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쉽게 씌어진 시)’
‘코로나19. 전파력이 매우 강한 전염병.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켜야 예방할 수 있음. 2월의 대구 신천지, 8월의 광화문 집회처럼 지키지 않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그동안의 방역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음.’ 이것이 내가 아는 코로나에 대한 지식이다.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억울할 때가 있다. 나만 너무 유난스러운가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예민하게 반응할 때도 있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은지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고 하니 코로나19는 감염된 사람의 육체뿐만 아니라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정신까지 피폐하게 만드는 심각한 질병이 틀림없다.
우리나라는 헌법으로 국민들의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도 자유고, 모처럼만의 연휴에 관광지로 놀러가 ‘추캉스’를 즐기는 것도 자유다. 하지만 모든 자유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진리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쪼록 정부는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코로나 블루’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제시해주길 바라며 국민들은 부디 책임 있는 자유를 누리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