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의 건설 톺아보기] 일반의 호응과 인식변화가 필요한 부동산감독기구

2021-10-06     최은서 기자
이은형
[이은형 문화칼럼니스트·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금융분야에는 여러 규제와 전담기관들이 존재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아무런 규제가 없다면 시장 조작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세력이 주가를 움직였다거나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평가됐다는 등의 표현이 흔한 예시이다. 금융기관의 내부자거래도 그렇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만들어진 목적도 투자자 보호와 증권 거래의 공정성 확보였으며,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문제에 따른 사회적 폐해 등이 명확한데도 시장 자정능력이 미흡할 때, 시장정상화를 위해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는 명분이 힘을 얻는다. 세간의 논란이 일었던 부동산감독원과 이를 축소한 부동산거래분석원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분야의 감독기관처럼 부동산을 전담하는 감독기구를 별도로 설치한다는 것이,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이 투기세력 등에 의해서 왜곡됐다는 것을 전제한 것일 수 있다. 불법과 탈법, 위법사항 등이 시장에 만연했으니 전담기구를 통해 이를 바로잡는다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감독기구의 설치에 필요한 근거를 먼저 보강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난 8월에 제시된 전국 고가주택 거래의 의심사례들을 부동산 시장에서의 조작과 폐해가 극심하다는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의심사례 전부를 불법으로 간주하더라도 이들 건수가 해당 시기의 전국 부동산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또 일부 금융기관이 주택근저당권부 대부채권을 담보로 삼아 LTV규제를 우회했던 편법은 이번을 기점으로 행정지도 등이 이뤄질 것이기에 추후 재발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리고 온라인 카페에서 집값을 담합했다는 것 등은 너무 미미한 사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증여세를 회피한 증여나 탈법, 불법대출같은 사안이 지금 부동산 매매시장의 주류라고 증명하기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지난 몇 년간 증여관련 자금출처조사건수가 늘었지만 정작 추징세액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기구설립을 위한 특별법이 기존의 금융실명법 등과 상충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감독부처·부서들의 규모와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유도한다는 논리가 현실에서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감독기구의 운영방식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가령 여러 곳에 분산돼 있던 감독 기능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시키겠다는 기대는 이상론에 그칠 수 있다. 왜냐하면 종전에는 각 부서에서 커버하던 작거나 단발적인 사안을 막상 통합조직에서는 놓치는 경우가 실무에서는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러 관련 부처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운영하는 방식은 여러 장점이 있고 외부홍보에도 긍정적이다. 그런데 공공부문에서는 이들에 실적인정과 배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실무에서도 원대복귀가 예정된 인력들에게 사전에 계획된 보상체계가 없다면 파견된 곳에 대한 업무충성도가 뒤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감독기구가 설립되더라도 운영성과가 한정적이 될 양상도 감안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주요 지역과 고가주택, 투기과열지구 등을 중점으로 삼아 기관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실적 만들기에 집중할 가능성이 먼저 지적된다. 물론 동 기관의 주기능이 부동산시장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이라면 장기적으로는 적발 건수같은 가시적 성과는 경시될 수도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부동산 감독기구의 설치에 앞서 단순히 근거법령 등의 입법보다도 사회적 필요와 효용성에 대한 폭넓은 검토와 근거마련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준비단계부터 일반의 호응을 얻고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기구의 설립과 무관하게 논의과정 자체로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 경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