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R 전성시대] ‘되는 집 안되는 집’ 따로 있다
유사제품 범람·판매채널 확보 경쟁 치열해 단종
차별화된 기술력·마케팅·제품 있는 기업은 성공
2021-10-07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국내 식품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HMR(가정간편식)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되는 집 안되는 집’이 명확히 갈리고 있다. 1000억 원대 메가 브랜드로 키워내거나 후발주자임에도 단숨에 신흥 강자로 뜨는 기업이 있지만, 단종을 면치 못하는 기업이 있다.
CJ제일제당은 삼시 세끼를 책임지는 ‘국민 밥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햇반·비비고 죽·왕교자·냉동 밥·국물요리 등 다양하다. 특히 비비고 국물요리는 가정간편식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다. 2016년 6월 육개장 등 4개 제품으로 출발해 현재 23종을 판매하는 비비고 국물요리는 매출 140억 원에서 지난해 1670억 원을 달성, 4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하며 메가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8월에는 역대 월 최고 매출 200억 원을 찍었다.
CJ제일제당의 성공 비결은 ‘차별화된 기술력’이다. ‘원물 제어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는 등 전문점 수준의 외관과 맛 품질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 역시 지속성장 비결이다. CJ제일제당은 집밥 메뉴들만으로는 시장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외식 메뉴들을 제품화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2017년 론칭한 HMR 브랜드 ‘잇츠온’은 기존에 영위하던 주력 사업과의 시너지를 살린 끝에 후발주자임에도 단숨에 ‘신흥 강자 HMR 맛집’으로 자리매김했다. 거리 곳곳을 누비며 야쿠르트를 판매해 온 1만 명에 달하는 ‘프레시 매니저’(야쿠르트 아줌마)를 활용해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하면 후발 주자의 약점을 깰 수 있다고 자신했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빠르게 신선한 상품을 전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만큼 완제품 형태의 HMR이 아닌 반조리 형태의 ‘밀키트’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운 것도 참신한 전략이었다. 올해 200억 원 대의 매출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풀무원 얇은피 꽉찬속 만두’는 냉동 만두 시장에 강자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기존에 없던 ‘혁신 제품’으로 돌풍을 이끌었고, 대상 청정원 ‘안주야’는 국·탕·찌개 등 주식 위주의 HMR 제품들이 시장에 즐비했던 만큼 혼술·홈술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안주 HMR을 선보인 끝에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반면 빙그레는 잘 안되는 집에 속했다. 빙그레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2017년 7월 HMR 브랜드 ‘헬로빙그레’를 론칭해 덮밥·죽·냉동 볶음밥 등의 제품을 선보였다. 당시 마케팅담당 내 HMR 전담팀도 신설하는 등 사업을 키우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했다. 저조한 성적 탓에 올 상반기 목표로 리뉴얼 작업을 진행한다고 했으나 기약이 없다. 론칭 2년여 만에 사실상 사업을 접은 셈이다. 헬로빙그레의 론칭 이후 누적 매출은 11억 원 규모로 저조했다. 유사 제품의 범람과 판매 채널 확보 부족 등이 강력하게 작용했다. 특히 기존 빙과사업을 통해 대규모 냉동 인프라는 구축했지만, HMR의 노하우는 부족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샘표가 2017년 야심차게 내놓은 컵밥 5종 제품도 더는 볼 수 없다. 당시 장류 시장 성장세 둔화를 극복하고 빠르게 증가하는 1인 가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일환으로 만들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비슷한 제품이 많은 데다 자본력이 좋은 대기업에 맞서 전투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해마로푸드서비스가 운영하는 맘스터치도 HMR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4개월 만인 지난 6월 말 ‘맘스터치몰’ 운영을 중단했다. HMR 판매를 위해 오픈한 맘스터치몰에서는 닭가슴살과 다이어트 도시락 군을 중점적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닭요리 전문몰 랭킹닷컴과 사업군이 상당 부분 겹치는 등 사업적 득보다 실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우후죽순 가정간편식 신제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 분석을 철저히 하고 제품의 방향성과 차별화 전략 등을 수립해야 성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