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R 전성시대] ‘비상식량→가정간편식’ 소비 트렌드가 바뀌었다

‘3분 카레’에서 반조리 ‘밀키트’, 레스토랑 간편식 ‘RMR’까지 진화 2019년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4조 규모…2022년 5조 돌파 전망 성장 배경은 1인 가구·맞벌이 가구·외식 증가 등…코로나19 기폭제

2021-10-07     김아라 기자
HMR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우리 식탁 대부분은 ‘엄마’ 혹은 ‘아내’가 식재료를 직접 사다 손수 조리하는 ‘집밥’으로 채워졌다. 가정간편식은 엄마 혹은 아내가 없을 때 먹던 비상식량이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현대의 식사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뜨거운 물을 붓거나 전자레인지에 3분만 돌리고 준비된 식재료로 조리법을 따라하기만 하면 20분 내로 완성되는 가정간편식(HMR)이 우리 식탁을 점령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19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됐고, 오는 2022년에는 5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가정간편식 시장의 성장 배경은 무엇일까. △1인가구의 급격한 증가와 여성의 경제참여율 증가 등의 사회 구조적 변화 △식생활의 외부화 △공급자의 적극적인 시장 확대 전략 △먹는방송(먹방), 쿡방(요리방송) 인기에 따른 간편조리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이 꼽힌다. 통계청 인구주택 총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1990년 9.0%에 불과했지만, 2000년에는 15.5%, 2010년 23.9%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562만 가구로 전체(1967만 가구)의 28.6%를 기록했다. 오는 2025년 31.89%, 오는 2035년 34.60% 등 1인 가구 비율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의 경제참여율도 1980년 47.6%에서 2010년 48.5%, 2017년 52.9%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 연령대에서 맞벌이 가구 비중이 모두 늘었고, 기러기 아빠나 주말부부로 불리는 비동거 맞벌이 가구도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레 조리의 간편성이 강조되고, 관련 제품의 수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사먹는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졌다는 점도 시장이 확대된 핵심 요인이다. 전체 식비 지출비 중 외식과 가공식 지출비가 매년 늘고 있다. 맛집 TV프로그램 방송과 유튜브 먹방 영상이 많아진 것도 영향이 크다. 이런 흐름에 맞춰 가정간편식도 진화를 거듭했다. ‘HMR 1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는 레토르트 식품(3분 카레) 위주로 편의성을 가장 강조한 즉석밥이 등장했다. 오뚜기와 CJ제일제당이 시장을 이끌었다. ‘HMR 2세대’(2000년 초반~2013년)는 냉동식품 위주의 냉장면·죽이 나왔다. 또한 CJ비비고·풀무원·아워홈은 냉동 만두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HMR 3세대’(2013년~2014년)때부터 집밥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냉동밥·컵밥·탕·국·찌개 등 한식류 HMR이 늘어났다. 이마트는 자체 브랜드(PB) 피코크를 론칭했다. ‘HMR 4세대’(2015년 이후)는 우리가 아는 가정간편식이다. 건강·맛·편리성·영양 등을 모두 고려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제품 종류도 동네 편의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도시락부터 연어·스테이크·랍스터 등을 활용한 별미까지 다양해지는 추세다. 유명 셰프의 요리법을 담은 ‘밀키트(반조리식)’나 태국·베트남·스페인 등 해외 요리를 적용한 가정간편식도 늘고 있다. CJ 고메·대상 안주야·동원F&B·한국야쿠르트·롯데마트 요리하다 등이 대거 진출, 제품을 내놨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는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은 제2의 전성기를 맞는데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2030대와 1~2인 가구에 집중됐던 가정간편식 소비가 전연령층을 아우르는 ‘국민 식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식 제품군이 다양해지고 품질 또한 고급화하면서 5060 시니어 세대 또한 가정간편식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하는 추세다. 지금도 가정간편식은 시장은 진화 중이다. 어쩌면 ‘HMR 5세대’로 불릴지도 모른다. 가정간편식 시장이 계속 커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외식 기업들마저도 외식 메뉴를 집에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레스토랑 간편식)을 속속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정간편식 시장이 계속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코로나19와 건강식 트렌드와 맞물려 품질과 신선도를 높인 밀키트 같은 가정간편식이 더욱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