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기업 실적 추락…‘절벽’ 우려

수출전략업종 ‘빨간불’…삼성·현대차만 견고

2013-05-22     강준호 기자

[매일일보]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국내 500대 기업의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많게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향후 실물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22일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의 지난해 결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총액은 2504조원으로 2011년보다 7.2%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은 138조원으로 4.4%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98조원으로 7.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0대 기업 전체 매출의 51.8%를 차지하는 IT·전기전자,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조선 등 5대 수출 주력업종 가운데 IT·전기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석유화학 업종은 매출이 349조원으로 2.6%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10조원으로 반토막(-50.5%)났다. 조선·중공업 역시 매출은 151조원으로 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6조원으로 절반 수준(48.2%)이었다.

철강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모두 -7.5%, -31%를 기록했다.

기대를 모아 온 자동차 업종도 매출이 269조원으로 11%, 영업이익은 19조원으로 8.1% 성장했으나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

다만 IT·전기전자 업종은 삼성전자의 선방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이 388조원으로 18%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36조원으로 81%나 급증했다.

기업별 매출에서는 삼성전자가 201조원으로 압도적 선두를 유지했고 현대자동차가 84조원, SK이노베이션이 73조원으로 뒤를 이었다.

500대 기업 대열에는 전년에 견줘 29개 기업이 탈락하고 삼성디스플레이, 한국타이어, 농협은행 등 분리된 3개 신설법인을 포함해 26개 기업이 새로 합류했다.

톱10 순위에서는 2011년 4위 SK이노베이션과 3위 포스코가 순위를 바꿨고, 6위 현대중공업과 5위 LG전자, 8위 한국전력공사와 7위 GS칼텍스가 자리바꿈을 했다.

500대 기업 가운데 코오롱글로벌이 2011년 250위에서 136계단 뛰어오른 114위로 가장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차그룹의 HMC투자증권(628위→383위), IT부품회사인 파트론(618위→407위)도 크게 도약했다.

반대로 SH공사는 매출이 48.6%나 떨어지면서 165위에서 288위로 123계단이나 곤두박질쳤다.

대기업 그룹별로는 역시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위세가 돋보였다.

삼성그룹은 500대 기업 내에 가장 많은 25개 회사가 포함돼 500대 기업 총매출액의 15%인 376조원을 차지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21개사가 포함돼 전체의 9.7%인 243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부분 그룹이 500대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는데도 삼성과 현대차는 비중을 키우며 한국 경제의 양대 축으로 위상을 더욱 다진 것이다.

삼성그룹의 비중은 2011년 13%에서 15%로 2%포인트 상승했고 현대차그룹 역시 8.8%에서 9.7%로 1.1%포인트 높아졌다.

20개사를 포진시킨 3위 SK그룹은 7.9%에서 7.7%로, 14개사가 포함된 4위 LG그룹은 6.3%에서 6%로 비중이 낮아졌다.

500대 기업에는 벤처기업들도 17개사가 포진했지만 2011년의 20개와 비교해선 3개가 줄었든 규모다. 매출액 비중도 0.8%에서 0.7%로 소폭 낮아졌다. '벤처 맏형'인 NHN은 198위에서 189위로 순위가 뛰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500대 기업의 실적은 한국 경제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며 “전 업종에 걸쳐 진행되는 실적 하락속도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2분기 이후에는 엔화 약세 영향이 본격화하고 내수부진까지 가세할 경우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경제성장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종합적 처방전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