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금융계열사 직원 잇단 자살 파문...관계당국 조사 착수하나
2014-05-22 황동진 기자
동부생명, 동부증권 등 동부 금융계열사 소속 직원들 잇따라 자살
동부, 실적 저조하면 성과급도 차등지급...금감원 등 강력 제재해야
[매일일보 황동진 기자] 동부그룹 금융계열사 소속 직원들이 잇따라 자살한 것과 관련해 관계당국이 정밀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동부생명 강남통합금융지점 소속 최모 사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그런데 최씨 유족들은 최씨가 동부생명 강남지점으로 발령난 지 불과 40여일만에 이같은 변을 당한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숨진 최씨는 지난해 12월 동부그룹의 ‘핵심인재 양성프로그램’에 참여해 올 1월 인턴사원으로 채용됐고, 이후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지난 3월 강남지점으로 발령받았다.동부생명은 최씨와 FP(재무설계사)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최씨가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전인 인턴기간 동안 기본 교육비(100만원 상당)에 더해 성과급을 지급키로 했다. 하지만 최씨는 성과급을 단한푼도 받지 못했다. 영업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최씨가 체결한 위촉 계약에 적시된 FP는 보험설계사 신분 또는 보험대리점의 신분을 가진 독립사업자로 회사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한다.일각에서는 동부생명이 핵심인재 양성프로그램이란 명분아래 사실상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보험설계사나 다름없는 영업 실적 강요를 한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앞서 지난 2월에도 동부그룹의 핵심 금융계열사인 동부증권의 분당지점 직원이 자살해 충격을 줬다.당시 일각에서는 동부증권은 고원종 사장 취임 후 직원의 실적을 A,B,C 등급을 나눠 평가하는 제도를 운영, 이 제도가 직원들에게는 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더욱이 동부증권은 2011년에도 직원이 회사 회장실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똑같은 지적을 받았다.하지만 직원들의 자살이 해마다 계속되고 있음에도 동부 측은 회사와는 무관하다며 발뺌하기에만 급급하다.동부 관계자는 “직원 자살로 인해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하지만 회사와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국내 금융 시장도 불황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나 보험사, 카드사 등 금융회사 직원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자살 원인을 두고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다만 이들 금융사들이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공격적 경영을 강조하며 직원들에게 무언의 실적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실제 일부 금융사에서는 심리상담치료프로그램 등 다양한 직원 자살예방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보다 근본적인 대안으로는 금감원 등 관계당국에서 자살이 빈번히 일어나는 금융사에 대해 정밀 조사를 단행해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