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기업 대출담당자는 '을' 됐다"

대기업 저금리 장기화로 은행 기피...회사채로 자금조달

2014-05-23     강준호 기자
[매일일보]은행 대출이 대기업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대규모 설비 투자 등 대기업들의 신규 자금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가 회사채 등 직접금융 지상에서 더 싼 이자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나타난 자금시장의 새 흐름이다.23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대기업에 대한 은행의 원화대출은 약 6조6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동기 16조8000억원의 40% 수준이다.저금리·저성장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등 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직접 금융시장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실제 올해 1∼4월 대기업이 발행한 일반 회사채 순증액(금융감독원 집계)은 26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5배에 달했다.금리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은행의 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4.57%였지만 같은 달 우량 대기업(AA- 등급 기준)의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연 2.95%에 불과했다.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미 그런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올해는 더 심해졌다"며 "요즘 은행의 대기업 대출 담당자는 '갑'이 아니라 완전히 '을' 신분"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이에 따라 은행들은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박근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 보조를 맞춘다는 측면도 있지만, 대기업 대출의 위축에 따른 대체 시장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숨겨진 이유다.지난 1∼4월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약 1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2.2배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