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제발 적당히 좀 하자

2020-10-15     매일일보
원동인
올해 추석 전, KB국민은행의 채용공고가 논란이 되었다. 논란이 확산 되자 국민은행은 채용 공고를 일부 변경 했지만 여전히 취준생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의 취업 공고가 논란이 된 이유는 이전에 없던 디지털 사전 과제 제출, 디지털 사전 연수 의무 이수 요건이 서류전형에 추가했기 때문이다. 서류 전형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은 입사지원서와 함께 3~5페이지 분량의 사전과제 보고서를 필수 접수토록 했다. 여기에는 자사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현황, 강·약점, 개선 방향 등을 넣도록 했다. 입사자에 준하는 과제를 서류 전형에서 요구한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취준생들의 아이디어를 아무 대가없이 취하려 했다는 점이다. 뽑지도 않을 거면서 너무나도 지나친 자료와 국민은행 모바일 앱을 강제로 다운로드 받아 테스트까지 강요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국민은행에 필요할 것 같지 않은 독일어 성적까지 요구했다. 독일에 지점이 없는 국민은행이 굳이 독일어 성적을 입력케 한 것은 독일어에 강한 특정인을 뽑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했다. 특혜 채용을 위해 시나리오를 사전에 준비한다는 지적이다.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 ‘취업갑질’, ‘아이디어 강탈’, ‘자사 앱 설치 강제’, ‘채용 비리’ 등 갖은 추측이 난무한다. 기업들이 아무리 갑질을 하더라도 취업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 취업시장의 자화상이다. 문제는 이런 갑질이 국민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위메프는 2014년 최종 전형에 오른 11명을 수습사원으로 채용한 뒤 현장 테스트 평가라며 2주간 실습을 시켰다. 그리고는 모두 불합격 처리했다. 카카오는 2018년 서류 전형 합격자를 뽑아놓고 아무 공지 없이 한 달이 지난 후 채용 자체를 취소 통보해 문제가 됐다. 애플코리아는 7개월 동안 3~4차례 면접과 신원 조회 등을 진행하면서 취준생 마음을 흔들고선 불합격 통보를 했다. 기업들은 더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하지만, 취준생 입장에서 보면 너무도 가혹한 현실이다. 서류 전형을 통과해도 2~3단계 면접을 거쳐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렇게 들어가도 인턴 등 여러 단계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혹독한 과정에서 이들은 실망과 좌절감만 맛본다. 불합격 통보를 일찍 해 준 것이 오히려 고맙다고 한다. 마음 정리하고 다른 기업에 지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을 더 이상의 괴롭히지 말자. 기업이 이익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취업갑질은 적당히 하자. 사회적 공헌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쿨하고 깔끔하게 가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