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국내 특허권 없는 제품 모방해도 되나…‘지식재산권의 속지주의’

2021-10-18     기고
유성원
최근, ‘사망여우’라는 유투버에 의해 연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사이트인 와디즈에 대한 저격이 이루어지고 있다. 와디즈에 올라오는 신규 크라우드 펀딩 제품들의 상당수가 불량제품이거나, 타인의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카피 제품이라는 것을 고발하고 있다. 연이은 고발에도 불구하고, 여러 국내 업체들의 부끄러운 해외 제품의 무단 복제, 모방 행각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와디즈와 모방업체들은 미국, 유럽 등 최초로 제품을 개발했거나, 디자인한 회사들이 자기네 국가에만 특허권, 디자인권을 보유하고 있을 뿐 한국에서는 특허를 출원하지 않아 특허의 효력이 국내에서는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와디즈와 모방업체들의 변명은 어느 정도 틀린 것은 아니다. 특허권이나 디자인과 같은 지식재산권에는 속지주의라는 법률상 대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속지주의란 어느 특정 국가에서 획득한 지식재산권은 그 해당 국가 내에서만 효력이 있고, 다른 나라에서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미국 특허권은 미국 내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는 효력이 없고, 마찬가지로 한국 특허권은 한국에서만 효력이 있지, 중국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효력이 없다는 의미이다. 즉, 미국 업체가 한국에서도 특허권에 의한 보호를 받으려면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특허를 출원하여 한국 특허권을 획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이와 유사한 유명한 사례가 있는데, 중국의 자동차 업체인 LANDWIND 사가 영국 랜드로버의 고급 컴팩트 SUV인 레인지로버 ‘Evoque’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LANDWIND X7’이라는 모델을 출시하고 중국 모터쇼에 버젓이 전시까지 했었던 사건이다. 사건에서 LANDWIND 사는 영국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디자인에 대해서 중국에서 디자인특허권을 유효하게 획득하지 못했으므로, 자신들의 X7 모델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법률 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일부는 맞지만 법률 상 상당히 문제가 있는 위험한 해석이다. 특허권이나 디자인권의 속지주의 원칙만 놓고 보면, 지식재산권이 확보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을 해석할 수 있으나, 이러한 보호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의 위반의 소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과 같은 지식재산권의 존재와 상관없이 어느 정도 주지저명성을 획득한 미등록 브랜드 또는 출시된 지 얼마되지 않은 신제품의 모방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간주하여 제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크 사건에서도, 중국 법원은 LANDWIND 모방행위는 디자인특허권을 침해하지는 않지만, 중국 ‘반부정당경쟁법’ 상 부정당경쟁행위라고 판단해 영국 랜드로버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우리나라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상품의 출시일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제품을 모방해 양도, 대여, 전시, 수출, 수입하는 행위는 부정경쟁행위로서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여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부정경행위로 규정하여 민사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와디즈에 올라오는 해외 업체들의 제품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약간의 미세한 변형만 해 마치 자신들이 개발한 것인 양 펀딩하는 제품들은, 해외 업체들이 한국에 권리를 획득하지 못한 이유로 특허권이나 디자인권 침해 책임은 피해갈 수 있을 지 몰라도, 부정경쟁방지법 상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여 법률 상 책임을 져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