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평가 조작 드러났지만 원전 폐쇄 타당성 판단은 유보
1년여만 논란 끝 감사결과 나왔지만 한계 뚜렷
文정부 탈원전 정책은 여전히 정치적 논쟁영역
2021-10-20 조민교 기자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20일 감사원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결과가 나오자 ‘조기 가동중단이라는 답을 미리 정해두고 경제성 평가를 이에 맞춰 조작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원전 폐쇄의 타당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자체는 여전히 정치적 논쟁의 영역으로 남겨지게 됐다.
▮경제성 평가서 6건의 위법·부당사항 적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총 6건의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됐다. 먼저 판매단가 결정과 비용에 대한 평가에서 문제가 있었다.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8년 4월 11일 A회계법인에 향후 4.4년간 원전 판매단가를 2017년 판매단가에서 한수원 전망단가로 변경하도록 했는데, 한수원 전망단가는 실제 원전 이용률이 한국전력공사의 예상 원전 이용률보다 낮을 경우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된다. 반면 비용 평가는 가동중단에 따라 감소되는 인건비나 수선비 등을 적정치보다 과다하게 감소하는 방식으로 높였다. 이렇게 판매단가는 낮추고 비용은 높이면서 경제성이 낮아지게 된 것. 감사원은 “월성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경제성 평가 이전 즉기 가동중단 결론
이 같은 경제성 평가는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을 중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감사원은 2018년 4월 4일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이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 결과 등이 나오기 전 이미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원전을 가동중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수원은 △설계수명시까지 4.4년 운영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까지 2.5년 운영 △운영변경허가처분 무효확인 소송 판결 시까지 1년 운영 △즉시 가동중단 등 4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상태였다. 하지만 한수원은 산업부 직원들로 인해 즉시 가동중단 외 다른 방안을 고려할 수 없었다고 감사원은 적시했다.
또 산업부 직원들은 경제성 평가에도 관여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A회계법인은 경제성 평가용역에서 즉시 가동중단 방안과 계속가동 방안 외 다른 대안을 검토하지 못했다는 것. 산업부 직원들은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안전성 등 감사 대상 제외...감사 한계"
이처럼 경제성 평가의 문제점들이 드러났지만 정작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타당성에 대한 평가는 이번 감사에서 제외됐다.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와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행위 등에 대해서만 중점 점검하고, 안정성과 지역 수용성 등에 대해서는 감사 범위에서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월성1호기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이번 감사결과를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후속조치 역시 예상보다 강도가 낮았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자료 삭제 등 감사를 방해한 산업부 직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 저하 행위가 있음에도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한수원 사장에는 엄중 주의에 그쳤다.
한수원 이사들에 대해서도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사 본인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며 본인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한수원에 재산상 손해를 가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워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감사결과는 국회가 지난해 9월 30일 감사를 요구한 지 386일 만에 나왔다. 또 지난 2월말 법정 감사 시한을 넘긴 지 234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