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차박이 예술을 만나면
2021-10-22 매일일보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면서 ‘차박’이 새로운 여행문화로 각광받고 있다. 올해 8월 기준으로 전국에 등록된 캠핑카의 수가 2만5000대를 넘어섰다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20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니 말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걸 감안하면 아마 상당 기간 차박의 인기는 식지 않을 듯하다. 어쩌면 이번 열풍이 계기가 되어 차박 문화가 우리 삶 속에 정착하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차박의 낭만적 정취를 작품으로 구현해 온 작가가 있다. 그림 그리는 여행자로 알려진 전영근 작가다. 전영근의 작품에는 푸른 하늘에 둥둥 떠 있는 하얀 구름 아래 캠핑용품을 바리바리 실은 조그마한 자동차가 등장한다. 지붕에는 침구며 낚싯대며 우산이며 온갖 짐들이 묶여있고, 트렁크에도 짐이 가득 차 뚜껑을 닫지 못할 정도다. 그런데도 작은 덩치의 자동차가 짓눌리는 답답한 느낌은 없다. 낭만 가득한 즐거움이 절로 느껴진다. 특히 여행짐을 가득 실은 채 자동차가 푸른 바닷물이 넘실대는 해안도로를 달리는 그림을 보면 당장이라도 차박을 떠나고 싶어진다. 그림 속 자동차를 몰아 여행을 떠난 여행자가 되고 싶어진다.
마침 전영근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있다. 현대차가 차박 캠핑 문화를 응원하기 위해 준비한 전시로, 여행의 소중함을 재발견하고 색다른 일상을 경험해 보자는 취지가 담긴 ‘NEW TRIP NEW DAY’ 전시다. 이 전시에는 전영근 작가가 현대차와 협업해 작업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호수가 보이는 풍경’과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마을’ 연작, ‘해변을 달리다’, ‘대나무 숲’ 등 모두 8점이다.
이들 작품 위에는 생생한 자연이 서정적인 색채로 펼쳐져 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생명력 넘치는 산과 들, 반짝이는 강과 호수의 풍경 속에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자동차와 함께 펼쳐지는 자연은 코로나로 들썩이는 인간 세상과 무관하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치유가 필요한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이 될 듯하다.
이는 전영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는 “나는 삶이 반영되고 따뜻하고 소박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 “욕망과 목표에 쫓기며 숨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잠시 여유와 행복을 느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던져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챙겨 길을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도록 하고 싶다”는 말들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