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원 ‘뿌까 마또르’ 체모사건 그 이후

‘체모’ 소시지는 소비자가, 총리상은 내가…사건 한 달 뒤 식약청으로부터 ‘국무총리상’ 받아

2010-06-29     류세나 기자

대상 청정원 “이물질 혼합 인정하지만 상 받은 것과는 별개 사안”
식약청 “논란 전 수상자 선정 완료…OEM 생산 결격사유 안 돼”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미원’으로 조미료 업계의 성공신화를 일궈냈던 (주)대상그룹(대표 박성칠)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자사 브랜드인 청정원 ‘뿌까 마또르’ 소시지에서 체모가 발견돼 한 차례 폭풍을 겪은데 이어 지난 5월 식약청 주최 ‘제8회 식품안전의 날’ 행사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 특히 지난 8년간 진행돼 온 이 행사에서는 그간 관련단체나 학계가 아닌 일반기업이 상을 수상한 선례가 없었다. 그런데 그 첫 타자로 지명된 대상그룹의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자 업계 안팎에서 대상그룹의 수상 타당성을 놓고 시비가 일고 있는 것. 게다가 당초 소시지 이물질 발견 사례가 신고 된 때가 4월임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한 달 뒤인 5월에 상을 받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수상의 시점’까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뿌까 마또르’ 제조과정에서 1개 제품에 체모가 혼합∙제조된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국무총리상 수상과 이물질 논란은 별개의 사안이다. 정부가 권장하는 사항들을 기업경영방침에 적극 반영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물질 사건 역시 내부조사를 걸쳐 소비자 신고 접수 5일 후 우리가 자발적으로 식약청에 신고했다.”

대상그룹 한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최근 업계 안팎에서 일고 있는 논란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식품회사에서 이물질이 혼합된 식품이 제조되는 사례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 가능성과 확률을 낮추기 위해 작업자나 생산공장 등에 위생교육을 끊임없이 하고 있고, 문제발생 시 해당 공장에 불이익을 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생긴 충남 서천공장 역시 관할 행정기관에 의한 시정명령이 내려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물질 논란’ 불구…국무총리상 수상 왜?
 

지난 4월 24일 대상그룹 청정원 고객센터에 어린이용 소시지인 ‘뿌까 마또르’에서 사람 체모로 추정되는 2cm 가량의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전의 한 대형마트에서 유통∙판매된 이 제품은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육안으로 이물질 식별이 가능했다. 추후 식약청의 검사 결과 이물질은의 성분은 ‘사람의 체모’로 판명됐다.

여기까지는 대상그룹 관계자의 말처럼 “식품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일수도 있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은 따로 있다.바로 이물질 첨가 사례가 발생한 지 20일 만인 5월 14일, 대상그룹이 식품안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국가기관인 식약청으로부터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지난 2000년 식품안전의 날이 제정된 이래 이 행사에서 상을 수상한 기업은 대상그룹이 최초다. 그렇기 때문에 이날 대상그룹이 받은 상의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당시 식약청은 대상그룹이 ‘식품기업 이물 저감화를 위한 매뉴얼 작성∙배포 및 위해∙이슈 물질 저감화 기술 개발 등 산업계의 안전관리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상을 수상하기 불과 20일 전, 대상그룹에서는 이물질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 식약청 한 관계자는 “국무총리상 시상은 5월 14일이었지만 식품안전의 날 수상자 선정작업은 이물질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4월 10일, 최종 마무리됐다”며 “이후로도 사건에 대한 조사가 계속해서 이뤄졌지만 대상그룹에서 직접 생산한 제품도 아니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또 이물질에 대한 성분조사와 문제의 소시지를 구입한 소비자 조사 등을 거쳐 해당 공장에 관할구청의 행정처분이 내려진 것은 지난 16일이다. 수상 이후로도 시간상의 터울이 길었다”며 “수상자는 최근 3년 이내에 영업정지 이상의 처분을 받지 않고,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단체 중에서 선정했다”고 밝혔다.

‘소시지에 혼합된 물질은 체모가 맞다’는 식약청의 최종발표 후, OEM방식으로 청정원의 ‘뿌까 마또르’ 소시지를 생산∙납품해오던 충남 서천군 한 공장은 관할기관인 서천군청으로부터 위생관리 등에 대한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서천군청 한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체모는 유리조각이나 대장균 등 인체에 위험한 물질이 아닌 것으로 판단돼 유통물량 회수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리콜계획 없고 감독기관은 솜방망이 처벌

대상그룹측 역시 리콜조치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룹 한 관계자는 “리콜조치는 제품에 치명적 결함이 발견되는 등 위급한 상황에 닥쳤을 때 사용하는 방편”이라며 “자체조사결과,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다른 제품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공장에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제조공정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하지만 이 같은 시정계획에도 불구하고 그간 브랜드명부터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강조해 온 대상그룹 ‘청정원’의 식품에서 체모가 발견된 사건으로 청정원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