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유동성 2.6배 확대

아시아로 자금유입 급증...양적완화 출구전략시 한국 타격

2014-05-26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유동성 규모가 2.6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선진국의 양적완화 같은 공격적인 통화정책으로 팽창된 유동성이 향후 출구전략으로 이어질 경우 이는 한국을 포함해 신흥국 금융시장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G4(미국·유로존·영국·일본) 중앙은행 자산을 토대로 집계한 글로벌 유동성 규모는 9조1000억달러로 지난 2007년 1월 3조5000억달러 대비 2.6배 확대됐다.글로벌 유동성 규모는 따로 집계하는 지표가 없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총자산, 총통화량, 세계외환보유액 및 미국 본원통화 들을 합산해 추산한다.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자체 집계한 G4 중앙은행 대차대조표를 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총자산은 2007년 1월 8700억달러에서 지난 4월 3조3200억달러로 6년여 만에 3.8배 이상 늘어났다.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2007년 1월 1조4900억달러에서 2013년 4월 3조4000억달러로 2.3배가량 확대됐다.또 일본은행(BOJ) 총자산은 같은 기간 9500억달러에서 1조7870억달러로 87.8% 증가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1530억달러에서 6180억 달러로 300% 이상 팽창했다.선진국들이 자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유입돼 자산버블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문제는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공급한 유동성이 실물경제보다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자산버블이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김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특히 선진국에서 흘러온 유동성으로 인해 일부 아시아 신흥국에서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과 같은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은 지난 2009년 초부터 급등해 현재는 2008년 대비 4배 이상 상승한 상태다.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올해 1분기 14개 도시 기준 주택가격지수가 2007년 1분기 대비 29% 상승했다. 올해 3월 태국의 주택가격지수도 2008년 3월과 비교해 22.7% 올랐다.이에 대해 국제기구들도 최근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초저금리 여파로 인해 아시아로 자금 유입이 급증하고 있지만 향후 출구전략에 따른 자금 이탈을 대비해야 한다”고 전망했다.한국 경제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무엇보다 한국은 주식시장이 선진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이에 대한 국제공조 움직임이 추세적으로 나타날 경우 금융시장 전반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특히 한국은 아시아 신흥국 중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2007∼2012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 신흥국 지수에 포함되는 7개국(인도 제외) 중 한국의 자본수지 변동성은 태국, 말레이시아에 이어 3위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