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화재방치 논란] 반복되는 대형 화재, 핵심은 ‘단열재’와 ‘성능시험’
스티로폼, 우레탄 단열재 화재에 취약…그라스울 등 무기단열재로 전환 쉽지 않아
‘콘칼로리미터법’, 가연성 단열재를 준불연재로 둔갑시켜…실무화재 방식 적용 필요
2021-10-25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지난 8일 울산 주상복합 화재 사건으로 대형 건축물에 대한 화재 안전성 논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년간 대형 건축물 화재가 이어지면서 가연성 단열재와 그 성능시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 29일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는 지난해 행정예고 됐던 국토부 건축법 하위법령 개정안(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성능 기준 및 화재확산 방지기준)이 제때 시행·공포됐다면 막을 수 있었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건물은 2017년 12월 제천 스포츠센터(사망 29명, 부상 31명)나 올해 10월 울산 주상복합 건물 화재와 달리 건축 중이어서 시행·공포가 제대로 됐더라면 참사를 막을 여지가 있었다.
건축물 화재 사고는 매년 줄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2만5662건이었던 건축물 화재는 2014년 2만5821건, 2015년 2만6303건, 2016년 2만7298건, 2017년 2만7714건 등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건축물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매년 수백명에 달하고 재산피해 역시 4000억~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0년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오피스텔 화재 이후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 외벽에는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으며, 2015년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이후에는 6층 이상이거나 높이 22m 이상 건축물에도 가연성 외장재 사용이 금지되는 등 화재 방지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공장·창고 및 다중이용설 등에 사용하는 건축물’에 주로 사용되는 자재인 샌드위치패널이나 열관류율 관리를 위해 대형 건축물에 주로 사용되는 우레탄 단열재 등은 성능시험에서 난연재나 준불연재 인증을 받고 있지만, 실제 건물에 적용되는 경우 화재에 취약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공장·창고 등에 이용되는 샌드위치패널은 스티로폼(EPS) 단열재가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또한, 최근 몇 년 새 강화된 열관류율 기준을 맞추기 위해 사용되는 우레탄폼의 경우 화재 시 유독물질을 배출하는 등 문제가 있지만, 건물 단열재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문제는 건축주들이 건물을 지을 때 시공사나 자재 납품사들에게 “준불연 자재를 사용한다” 등의 말에 현혹된다는 점이다. 성능시험에서 준불연 성적을 받지만, 화재 시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국회와 국토교통부에서도 이를 개정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국토부에서 인가하고 있는 난연성 성능시험은 콘칼로리미터법으로 시편에 열을 가했을 때 발생하는 열과 연기를 수치화한 것이다. 10분간 시험체를 가열해 총방출 열량이 8MJ/㎡이고 최대 열방출율이 10초 이상 연속으로 200kW/㎡를 초과하지 않으며, 구멍이 생기지 않으면 준불연재로 인증을 받는다.
문제는 콘칼로리미터법 성능시험에서는 알루미늄 박지나 철판 등을 덧대 가연성 단열재도 통과가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외벽과 샌드위치패널 시험의 경우 실제 규모로 만든 실무화재 방식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지만, 비용과 시험 기간, 평가 기준 정립 문제 등 과제가 많아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단열재를 불에 안 붙는 그라스울 등 무기단열재를 사용하면 되지만, 비용 문제와 생산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무기단열재로는 전체 시장을 커버할 수 없고, 유기단열재는 준불연재가 개발돼 있어도 경제성 문제로 이용되지 않고 있다”라며 “성능시험 개선과 함께 시간을 두고 단열재 시장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