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화재방치 논란] 철강업계, 중국산 수입재 방어 ‘골든타임’ 놓치나?

철강업계 화재확산 방지와 별개로 중국산 저품질 제품 수입 방지에 노력 두께 0.5mm, 아연도금량 180g/㎡ 기준 정립, 중국산은 0.3mm, 40g/㎡ 불과 국토부의 법령 개정안 시행·공포 지연으로 중국산 저품질 제품 지속 수입

2021-10-25     문수호 기자
샌드위치패널로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행정예고한 건축법 하위법령 개정안(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성능 기준 및 화재확산 방지기준)의 시행·공포가 지연되면서 철강업계가 중국산 저품질 제품의 수입을 막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샌드위치패널로 만들어진 건축물이 지속적인 화재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소재로 사용되는 철강제품부터 엄격한 품질의 잣대를 만들어 관리하자는 취지의 법령 개정안의 시행·공포가 지연되고 있다. 이 법령 개정안에는 샌드위치패널 등 건축자재에 사용되는 철강제품에 대한 규격이 포함됐다. 난연·준불연·불연재에 모두 일정 규격 이상의 철강제품을 사용하자는 취지다. 건축자재에 사용되는 철강제품의 규격을 법령으로 제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관련 제품은 아연도금강판과 컬러강판이다. 기존에 샌드위치패널 등 건축자재에 사용되는 철강 등 복합자재는 정확한 규격이 없었다. 단지 건축자재가 난연·준불연·불연재로 나뉘어 알맞은 용도에 사용되고 있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샌드위치패널에 적용되고 있는 철판의 경우 중국산 제품은 두께 0.3mm, 아연도금량 40g/㎡ 수준의 저품질 제품이 수입돼 국내 건축 안전을 해치고 있었다. 이에 반해 국산제품은 두께 0.4mm, 아연도금량 80g/㎡ 이상이 기본 스펙으로 원가경쟁력에서 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법령 개정안에는 난연·준불연·불연 건축자재 모두 두께 0.5mm, 아연도금량 180g/㎡의 철판을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국산과 중국산 제품 간 가격 차이가 근접 수준으로 좁혀지게 된다. 특히 도장 횟수도 2회 이상 적용돼 저품질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문제는 이 법안의 시행·공포가 지연되면서 중국산 저품질 제품의 수입을 막을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철강업체의 설비는 아연도금량을 적게 첨가하는 쪽으로 특화된 반면, 국내 설비는 아연도금량이 80g/㎡ 아래로 내려가면 원가가 올라간다. 이런 이유로 건축자재에는 대부분 값싼 저가·저품질의 중국산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컬러강판은 23만9000t이 수입됐다. 법령이 개정되면 화재 안전 확보와 건축자재의 품질 확보, 철강업계 내 저가·저품질 수입재 제재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만, 단열재 업계의 밥그릇 싸움에 법령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한국철강협회 내 포스코, 동국제강, 동부제철, 세아제강 등 주요 기업들이 강건재클럽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국토부의 개정안 시행·공포가 늦어지고 있어 기다리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아쉬운 점은 한 가지 더 있다. 지난해 10월 행정예고에서 12월 수정예고가 있었는데 기준이 완화됐다는 점이다. 1차 행정예고에서는 ‘강판과 심재로 이루어진 복합자재의 경우 강판의 두께는 도금 후 도장 전 0.50밀리미터 이상’이라고 명시했는데 수정예고에서는 0.50밀리미터가 0.5밀리미터로 바뀌었다. 0.50이 기준인 경우 오차범위가 0.495인 반면, 0.5가 기준이 되면 오차범위가 0.45로 늘어난다. 즉 철판 두께의 오차범위가 넓어져 그만큼 얇아지게 된다는 뜻이다. 화재확산 방지라는 주목적에서 벗어난 취지로, 샌드위치패널 원가를 낮추기 위한 업계 내 입김이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다만 국토부는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24조의2제3항제1호가목에서 소규모공장건축물에 대해 복합자재 강판 두께를 0.5밀리미터 이상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허용차나 반올림은 별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에서는 화재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는 것과 별개로 중국산 저품질 제품의 수입을 막기 위해 이번 개정안 추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면서 “행정예고 후 1년이 넘도록 시행·공포가 이뤄지지 않아 건축주들의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