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도로업자, ‘통행량 뻥튀기’로 혈세 챙긴 후 튀어라?

‘서울-춘천’ 도로개통으로 본 민자고속도로 실태…민간사업자, 정부지원금으로 주머니 불린 후 손 털어

2009-06-29     류세나 기자

정부, 고속도로 개통 후 15년간 사업자 예상수입 60~80% 보장
사업자. 예측 통행량 부풀린 뒤 정부 수입보장금으로 수익률 채워
국토부 “혜택 없다면 위험부담감 안고 도로사업 뛰어들 사람 없어”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전국 곳곳에서 착공∙개통을 앞두고 있는 ‘민자고속도로’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통행시간 단축으로 해당지역민의 서울 및 서울 인근의 출퇴근이 가능해지고 문화혜택의 기회 역시 커진다. 또 방문객들의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지역관광 활성화와 더불어 기업유치 가능성 또한 높아져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민자고속도로 건설에 ‘민간사업자’가 자본을 투자했다는 데에 있다. 이익창출을 노리고 사업에 뛰어 든 민간사업자는 투자비용을 뽑아내기 위해 이용자들에게 비싼 통행료를 징수한다. 게다가 정부는 이들 사업자들이 예상했던 수입을 내지 못할 경우 국고를 투입해 예상수입의 60~80%를 보장해주고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 ‘혈세 먹는 민자고속도로’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 이에 <매일일보>에서는 서울~춘천 고속도로 개통을 앞두고 민자고속도로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오는 7월 15일 서울과 강원도 춘천을 잇는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개통된다. 이 도로의 개통으로 평소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되던 서울~춘천간 통행시간이 그의 절반인 40분대로 줄어들게 됐다.

하지만 2004년 착공에 들어갔을 때만해도 축제분위기에 들떠 있던 강원도 춘천과 인근 지역주민들은 반응은 냉랭하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높아져 집값도 상승하게 될 거란 부풀었던 처음의 기대와 달리 고속도로가 민자로 건설되면서 비싼 통행료가 오히려 가계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기 때문이다.

관광객 증가와 기업 유치 등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나게 될 것이란 기대감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인근 주민들은 ‘서울~춘천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촉구 범시∙군민추진위원회’를 결성해 궐기대회를 여는 등 통행료 인하요구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태다.

통행료 놓고 지자체-사업자 ‘줄다리기’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둘러싼 인근 지역민과 시민단체들의 불만토로는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자고속도로가 개통될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연례행사인 것. 서울 강동구 하일동에서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조양리를 연결하는 서울~춘천고속도로(61.4㎞)의 통행요금은 2004년 국토부와의 협약을 통해 5,200원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서울~춘천고속도로(주)는 지난달 11일 당초 결정됐던 요금보다 23% 인상된 6,412원을 최종 편도통행료로 잠정 결정, 국토부에 신고했다. 이와 관련 서울∼춘천고속도로(주)의 최광수 사장은 언론을 통해 “터널과 교량이 많아 공사비가 늘어난 데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제시한 수준의 통행료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간 사업자의 이 같은 돌발행동으로 당초 결정됐던 통행료도 비싸다며 낮춰 달라고 요구하던 주민들이 재반발하는 것은 당연지사. 26일 현재까지도 강원∙경기 지역민들은 통행료 인하 운동을 벌이는 등 양측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서울~춘천고속도로(주)측이 요구한 통행료는 2013년 개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민자고속도로 광주~원주선(56.9㎞)의 통행료 3300원보다 약 2배 정도 비싼 가격이다.이와 관련 국토부 한 관계자는 “광주~원주 고속도로는 착공도 안된 사업인데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광주~원주선 역시 개통을 앞두면 협약체결 당시와의 물가상승차이를 비교해 최종적인 가격이 재책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된 수요예측으로 혈세만 ‘줄줄’

2004년 정부와 민간사업자가 체결한 협약대로라면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2039년까지 30년 동안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다가 국가에 기부채납되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 도로가 국가 재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24년까지 계속해서 투자(?)를 해야 한다.협약 체결 당시 개통 후 15년간 해마다 예상수입의 60~80%를 보장해주기로 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민간사업자가 국가를 대신해 벌이는 도로사업인 만큼 예상했던 수익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국가가 민간사업자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수익을 약속해주는 방식인 것.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춘천고속도로(주)와 협약 당시 사업자가 산출한 예상 교통수요를 근거로 15년간 수익률을 보장해준다. 개통 후 첫 5년 동안은 예상수익률의 80%, 다음 5년은 70%, 마지막 5년은 60%를 채워주는 식이다. 단 수익률이 예상수요의 50%를 밑돌 경우, 정부가 민간사업자에게 지원하는 금액은 ‘0원’이 된다.하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애초에 수요예측 자체가 터무니없이 과장됐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있다. 2004년 협약 당시 서울~춘천 고속도로(주)는 올해 1일 예상 교통수요를 4만4,923대로 산정했다. 그런데 그해 감사원이 분석한 예상 교통수요는 2만6,768대였다. 국토연구원도 감사원과 비슷한 2만2,241대로 예측했다. 민간사업자와 약 2만대 가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정치권 인사도 이 같은 오차율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4개 민자사업의 교통량 예측치 오차율이 55.46%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정확한 예측을 한 쪽이 어느 쪽인지는 개통된 후에나 알 수 있겠지만 만약 민간사업자측이 과장된 예측을 내놓은 것이라면 예상 교통수요와 실질적인 수요 차이에 따른 손실은 정부부담, 즉 국민들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1년부터 7년간 3개 민자고속도로 운영회사에 들어간 세금은 8,011억원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이와 관련 국토부 한 관계자는 “사업자가 예상한 수요가 터무니없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수입이 그들이 처음에 예상했던 수입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면 국가에서 지급되는 돈은 없다”며 “또 국비를 지급하게 되는 경우가 되더라도 ‘예상 수입의 50%이상을 달성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국고가 투입되는 금액은 15년간 예상수입의 30%, 20%, 10% 이상을 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고속도로는 해가 지날수록 이용자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국고지원금은 매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정도의 수익보장도 없다면 어느 사업자가 위험 부담감을 안고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뛰어들겠느냐”고 전했다.

수입보장금 제도 폐지됐지만…

하지만 현재 ‘최소운영수입보장금제도(MRG)’는 폐지되고 존재하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시절이던 1999년 도입된 이 제도는 민자고속도로의 단점인 정부의 세금보전 제도 등의 논란으로 2006년 폐지됐다. 그러나 현재 운영 중인 민자고속도로와 2006년 이전 협약을 체결한 업체에는 지속적으로 MRG가 적용된다. 2004년 실시협약을 체결한 서울~춘천고속도로도 이 경우에 해당하며, 앞으로도 민자고속도로로 인한 혈세누출(?)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