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訪中… 8년만에 시진핑과 조우

野대표로 방중 vs 첫 女대통령 국빈방문

2014-05-26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하순 중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8년만에 ‘조우’하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인연은 8년 전인 지난 2005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저장성 당서기였던 시 주석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외교 관례상 급이 맞지 않는 만남이었지만, 시 당시 서기가 꼭 만나고 싶다는 뜻을 거듭 전해오자 박 당시 대표는 “일정을 바꿔서라도 만나야죠”라며 지방 일정을 미뤘다.두 사람의 회동은 당초 1시간 예정이었으나 서로의 관심사에 대한 논의를 주고 받는 동안 2시간 반이 흘렀다. 당시 시 주석은 “신농촌 운동에 관심이 많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진한 새마을운동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박 대통령은 시 주석의 요청을 잊지 않고 이튿날 라면박스 2상자 분량의 자료를 인편으로 전달하며 신뢰를 쌓았다. 여기에는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과 새마을운동 관련 서적이 포함됐다.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교류는 그 후에도 비공식적으로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시 주석은 세 차례에 걸쳐 박 대통령을 중국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다만 총선과 대선 등 박 대통령의 바쁜 일정 때문에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직후인 12월20일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로부터 시진핑 당시 총서기 명의의 축전을 받는 등 석 달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서한과 축전, 전화 통화 등으로 교류했다.시 주석은 지난 3월26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저는 대통령님과 함께 더욱 깊은 업무 관계와 개인적 우의를 쌓아가고자 한다”며 “이른 시일 안에 대통령님과 다시 만나 중·한 관계의 아름다운 청사진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통화를 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시 주석은 박 대통령이 지난 3월14일 국가주석 취임 축전을 보낸 데 대한 답전으로 이날 친서를 보냈다. 날짜와 서명 등을 제외한 본문만 원고지 3장, 583자 정도였다. 이는 시 주석이 지난 16일 북한 김정은에게 보낸 답전에 비해 2배 가량 많은 분량이다.특히 시 주석이 2010년10월 제17차 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올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후계로 사실상 확정되자 유력 대권주자 신분이던 박 대통령은 중국 대사관을 통해 시 주석에게 축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간의 ‘끈끈한’ 인연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청와대 관계자는 “경제, 안보 문제 등에서 두 나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두 정상의 교류만 놓고 보면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한편 박 대통령의 지난 2005년 첫 중국 방문과 이번 방중간 유사점이 눈길을 끈다.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데자뷰(기시감)를 불러일으킨다.북한은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했다. 5월11일에는 영변 5㎿ 원자로에서의 폐연료봉 8천개 인출 완료를 발표하면서 ‘핵 위기’는 한층 고조됐다.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 위기 속에서 중국 공산당 초청으로 같은 해 5월23일 중국 방문길에 나섰다.‘북핵 초당외교’에 방중 목적을 둔 박 대통령은 첫날부터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나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거듭 당부했다.8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북한은 2월12일 제3차 핵실험 실시 이후 개성공단 가동중단, 단거리 발사체 사흘 연속 발사 등으로 도발을 계속해 왔다.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역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언론사 정치부장단 만찬에서 "북한을 변화시키는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핵이 북한을 지켜준다는 환상을 접도록 하는데 시진핑 총서기 등과 적극적으로 얘기를 나눠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