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 세계에 와주시기를"

…지관 스님 노 전 대통령 영가법문 담긴 뜻은?

2010-06-29     매일일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이 노무현 전 대통령 5재에서 행한 영가법문 내용을 두고 불교계 안팎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지관 스님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서 열린 노 전 대통령 5재 영가법문을 통해 "오랫동안 저 세계에 머물지 마시고 다시 세상에 와 하고 싶은, 남은 일을 뜻대로 이루었으면 한다"며 "오늘 영가는 죽음의 세계에 오래있지 말고 다시 이 세계에 와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추도의 마음을 담은 말 같기도 하지만 이는 통상적인 불교의 영가법문 내용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불교 관계자 A씨에 따르면 "영가법문은 보통 사자(逝者)가 인생고(生活中苦)를 떠나 참다운 해탈로 가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며 "즉, 이 세상과의 인연을 털고 극락왕생하라는 의미의 축원인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하지만 지관 스님은 법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 다시 한 번 태어나기를 기원했다"며 "이는 정부 실정에 대한 유감스러운 마음과 현 시국에서 노 전 대통령다움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불교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마치지 못한 일이 뭐였겠느냐"며 "지관 스님 영가법문에는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불교계의 비판적인 시선이 녹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불교계를 대표하는 지관 스님은 지난해 촛불집회 등을 거치며 현 정부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형성했다. 촛불집회 주동자들의 조계사 내 은거를 사실상 허락했고, 이 와중에 경찰에 의해 차량검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관 스님은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현안에 대한 조언을 구하겠다며 7대 종교지도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진행한 오찬 모임에도 "선약이 있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다음달 2일에는 조계종 본사와 말사 주지 1500여명을 이끌고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사찰경내지를 자연공원에서 해제하기 위한 결의대회'를 여는 등 현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내내 유지하고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영가법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영가법문은 지난 세상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새 몸으로 다음 생에서 잘 태어나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면서도 "지관 스님의 본심을 알 수는 없지만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그런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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