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젊은이의 욕망은 나쁜 것이 아니다
2021-10-29 매일일보
한때 젊은이들은 ‘욜로(YOLO)’를 외쳤다. You Only Live Once!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너무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즐기면서 살자,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말한대로 ‘이 순간을 꽉 붙잡자(Carpe Diem)’ 하던 젊은이들이었다.
그랬던 젊은이들이 다시 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2019년 여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거래의 상당 부분이 20~30대 젊은이들의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이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여기에 더해 2020년은 주식 열풍이 불었다. 은행에서 마이너스 대출을 받은 차주의 40%가 20~30대라고 한다. ‘빚투(빚내서 투자)’이다. 어떻게든 집 한 채를 마련하겠다고 발버둥치고 있다. 너무 높아진 가격과 대출 규제로 부동산을 포기한 젊은 층은 주식에서라도 대박을 내보겠다고 덤벼들었다.
우리 젊은이들이 아직은 부자와 성공을 향한 욕망을 잃지 않았다. “오죽하면 이러겠느냐”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야성을 잃지 않았다는 것만큼은 반길 일이다.
우리와 정반대인 나라도 있다. 옆 나라 일본이다. 2010년대 초 일본 사회는 설문조사 결과 하나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한국과 일본 대학생의 유학에 대한 인식조사였다. 한국 학생은 82.2%가 해외유학을 원했지만 일본 학생은 46.1%에 불과했다.
충격적인 내용은 유학을 원하지 않는 이유였다. 유학을 원치 않는 일본 대학생에게 이유를 복수로 받아 보니 ‘우리나라가 살기 편해서(53.2%)’ ‘언어가 안 돼서(48.1%)’ ‘외국서 혼자 생활할 자신이 없어서(42.7%)’ 순이었다. 심지어 ‘귀찮아서’라는 답변도 38.5%에 달했다. 대다수가 두렵거나 귀찮아서 유학을 포기한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유학을 원치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문제였다. 일본 언론들은 겁 많고 욕망을 잃은 젊은이들한테 어떻게 미래를 맡기냐며 한탄을 쏟아냈다.
이러니 일본 정부가 아무리 재정정책을 확대하고 경재부흥을 외처도 욕망 없는 일본 젊은이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잃어버린 20년을 지나, 30년이 된 것이다.
한국 경제도 일본을 닮아간다는 걱정이 많다. 제로에 가까운 금리, 저성장·저물가, 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 등 각종 지표들이 10~20년 시차를 두고 일본을 쫓아간다. 그러나 작년 그리고 올해 보인 한국 20~30대의 욕망에 찬 행동은 우리 사회의 젊은이가 뜨겁다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이들이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 성공을 느끼며, 치열하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회 전반에 흘려야 한다. 젊은이들 자신의 불타는 욕망을 향해 달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정부와 기성세대는 반성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젊은이의 욕망은 나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