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50여명 임기만료…대세는 "구관이 명관"

이달부터 내년 3월 인사태풍...하반기 인사 초반키워드는 '연임' 다수 행장들 자리 지킬 듯...임기 마치는 지주 회장들 교체 유력

2021-11-01     이광표 기자
이달부터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 만료가 속속 돌아오면서 금융권에 ‘인사태풍’이 예고된다. 앞서 임기 만료를 앞둔 상당수 수장들이 이미 연임을 확정한 상태인 가운데 올해 하반기 금융권 CEO 인사의 초반 키워드도 '연임'이 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11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권 CEO는 50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찌감치 연임을 확정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나 윤종규 KB금융 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신규로 행장에 내정된 유명순 씨티은행 행장 직무대행과 김진균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10월 취임한 임성훈 DGB대구은행장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표면적인 후임 구도는 안갯속이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서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내년 3월),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내년 4월) 등의 임기가 만료된다. 시중은행장 가운데서는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각각 올해 11월과 12월 임기가 끝나고,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내년 3월까지가 임기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11월), 정완규 한국증권금융 사장,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내년 3월) 등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의 인사는 관가의 인사요인과 맞물려 인사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금융권 협회장 가운데서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과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각각 11월),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12월) 등의 임기가 끝난다. 신임 협회장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관료 출신이 자리를 싹쓸이 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첫 테이프’를 끊은 건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었다. 박 행장은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지만, 지난 9월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3연임이 확정됐다. 박 행장은 2015년 1월 취임했지만 선제적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지난 9월 10일 회장 연임이 발표됐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산은 회장이 연임을 한 것은 산업은행 설립 이후 네 번째다. 1993년 이후로는 27년 만이다.  윤종규 KB금융회장도 ‘연임 대열’에 합류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월 16일 윤 회장을 비롯한 4명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 가운데 윤 회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윤 회장의 기존 임기는 오는 11월 20일이지만 사실상 3연임이 확정된 것이다. 윤 회장은 2023년까지 3년 더 KB금융을 이끌게 되면서 금융권의 ‘장수 CEO’로 자리 잡게 됐다. 한국씨티은행장 단독후보로 추천된 유명순 행장 직무대행은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선임이 된다. 이로써 지난 2013년 첫 여성 은행장에 오른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에 이어 유 행장 직무대행이 민간은행 중에선 첫 여성 CEO 반열에 오르게 됐다. 앞서 허인 KB국민은행장도 3연임에 사실상 성공했다. 국민은행에서 은행장의 3연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에 이어 그룹 주력 계열사인 은행장도 3연임에 성공하면서 지배구조의 연속성이 보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연말 2년 임기가 끝나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연임여부도 주목된다. 최근 은행장들의 연임 행보와 진 행장 역시 핵심성과지표(KPI) 개편과 디지털 역량 확보 등의 성과가 있어 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은행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의 거취가 확정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순서가 기다린다.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내년 1월 임기를 마치지만, 카카오의 책임경영 문화의 특성상 연임 가능성이 높다. 그밖에 빈대인 부산은행장과 황윤철 경남은행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서현주 제주은행장 등 지방은행장이 모두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금융지주사 회장의 거취는 금융권 최대의 관심사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후임자를 둘러싼 하마평도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김정태 회장과 김광수 회장의 임기는 각각 내년 3월과 4월 종료된다. 이미 두 차례 연임(임기 3번)한 김 회장은 더 이상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쳐왔다. 재임기간 중에 회장의 연령이 만 70세를 넘어선 안 된다는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68세인 김 회장은 만약 연임을 한다고 하더라도 1년만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하나금융은 내년 1월께 회추위를 열어 차기 회장을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하나금융 부회장은 함영주·이진국·이은형 등 3명으로 이 가운데 함 부회장과 이진국 부회장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NH농협금융을 이끄는 김광수 회장의 임기는 내년 4월 말에 끝난다. 김 회장은 올해 이미 한 차례 연임했다. 농협금융이 2012년 출범한 이후에 2번 이상 연임한 사례는 없다는 점이 교체 가능성을 높여준다. NH농협금융 회장은 금융그룹 출범 이후부터 관료 출신들이 주로 맡아왔던 만큼, 이번에도 관료 출신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2금융권도 인선이 줄줄이 기다린다. 보험업계에선 오는 12월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을 시작으로 내년 3월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와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 임기가 끝난다. 생명보험사에선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가 내년 3월 임기를 마친다. 8개 카드사 중 신한·KB국민·현대·우리·하나·비씨카드 등 5개 카드사 사장은 내년 3월 전 임기가 모두 끝난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모두 오는 12월 임기를 마친다. 이들 3명 모두 각 지주사 회장 후보에 오른 인물이다. 오는 12월 임기가 돌아오는 이동면 비씨카드 사장은 올해 임명된 만큼 첫 연임시험대를 무난히 통과할 거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