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D-1] 바이든 승리하면 트럼프식 일방주의 가고 다자협력 부활
대선 승부 무관 미중 신냉전은 불가피
하지만 손상된 美 리더십 두고 차별성
통상·외교 연계 포괄 접근 부활 가능성
2021-11-02 박지민 기자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올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은 세계경제의 향후 진로에 또 하나의 중대변수로 꼽히고 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둘 중 누가 승리하든 미중 신냉전이 없던 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정권 교체 시 트럼프식 일방주의는 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또 화웨이 보이콧 압박
막판 선거전 와중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경제봉쇄망 구축의 끈을 더욱 조이고 있다.
한미는 지난달 14일 화상으로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열어 화웨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당시 미국 측은 ‘화웨이 배제’를 요청했으나 한국은 “민간 기업이 결정할 사항”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차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한 견해를 묻는 미국의소리(VOA)의 질의에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결국은 신뢰의 문제다. 점점 더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개인정보와 고객 정보, 지적 재산권에 관해 누구를 신뢰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답했다.
크라크 차관은 또 “중국 공산당 감시의 근간인 화웨이 같은 회사는 분명히 (신뢰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화웨이 장비를 계속 사용한다면 정보 보호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화웨이와 ZTE 장비를 배제한 스웨덴에 중국이 보복을 경고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도 과거에 이러한 보복을 경험했다. 미국은 동맹들과 함께 중국의 깡패질에 맞설 것”이라고 했다.
▮누가 당선되든 미중 기술냉전은 계속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이 같은 대중 봉쇄망 동참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 역시 기업, 무역·통상, 기술·안보를 서로 연계하는 방식의 전방위적인 탈중국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1일 대선 이후 미국의 산업정책 전망과 대응 방안을 담은 보고서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제조’를 강령으로 내세워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산업의 미국 중심 공급망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 중심의 가치사슬 복원과 탈중국화 등 두 후보의 공통된 산업정책에 대한 중국의 대응과 그에 따른 추가적인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KOTRA(코트라) 역시 같은 날 보고서에서 둘 중 어느 쪽이 당선되든 현재 사회·경제적 여건상 당장 자유무역주의로 회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미중 간 기술냉전 추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시 美 리더십 회복 노력
하지만 대외경제정책의 방법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간 차이가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경제정책에 있어 일방주의와 동맹국에 대한 압박으로 악명을 떨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 승리한 이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고, 세계무역기구(WTO) 역시 무력화 한 바 있다. 다자간 무역체제에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국익을 중심으로 산업·경제·외교를 아우르는 ‘대전략’을 내세우며 다자무역체제의 복원과 동맹국과의 협력을 말하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통상 문제를 외교와 분리하지 않는 전통적인 미국 외교 노선의 부활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WTO 기능 복원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후보는 대중국 견제에서도 우방국과의 공조를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이나 신기술 관련 새로운 무역규범을 미국 주도로 제정하는 데 있어서도 다자체제를 활용할 것이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