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단기대출'에만 매달려

1년 이하 대출 55% 차지...서민과 중소기업 '을'로 전락

2014-05-28     강미애 기자
[매일일보] 국내 은행들의 단기위주 대출이 서민과 중소기업들을 울리고 있다.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총 대출 중 1년 이하의 단기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4.9%에 달했다. 1~5년은 23.1%, 5년을 넘는 장기대출은 22%에 불과했다.기업대출의 경우 1년 이하 단기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8.6%에 이르지만 5년 초과 장기대출은 고작 6.6%에 머물렀다.은행들은 고객 신용도의 변화 등을 제 때 반영하기 위해서는 1년 단위 대출관행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권의 단기대출 관행은 위험을 회피하면서 수익만 챙기려는 은행들의 행태라고 지적했다.은행들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거나 자금이 필요할 때 자금 회수를 쉽게 하려한다는 것이다.또 은행들은 기업대출의 경우 기술력이나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할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어 장기대출을 꺼리고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서민이나 중소기업 고객들은 1년마다 대출을 연장해야 하고,  대출 연장이 안 될 때는 신규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은행과의 관계에서 `을'로 전락하게 된다.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1년마다 대출 연장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심리적 위축감을 준다며 장기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안정적인 기업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이 같은 단기대출 관행은 고객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금융관계를 맺는 선진국형 대출 관행과는 거리가 멀다.1년 이하 단기대출 비중은 독일은 13%에 불과하고 다른 유럽국가 평균도 15%다. 같은 아시아권인 대만과 일본의 단기대출 비중도 각각 23.4%, 26.6%에 그쳤다.이들 나라의 대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대출기간이 5년을 넘는 장기대출이다.독일의 5년 초과 장기대출 비중은 무려 76.8%에 달한다.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이 같은 장기적인 자금 조달을 바탕으로 경영에만 전념해 확고한 기반을 다졌다.

한국은행 거시건전성분석국의 김낙현 과장은 "선진금융으로의 진정한 도약을 원한다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대출 관계를 쌓아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