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시장, 박재민 국방부 차관과 면담…장기 수성사격장 갈등 해법 못찾아
이강덕 시장, “국방부의 근본적인 대안 제시 후 협의 이루어져야”
“더 이상의 주민 희생 강요 안 돼”…강한 유감 표명
2020-11-05 김성찬 기자
[매일일보 김성찬 기자] 이강덕 포항시장은 4일 미군 아파치헬기 사격으로 불거진 군 사격장 폐쇄·이전과 관련하여 포항을 찾은 박재민 국방부 차관과 면담을 통해 서로 간의 입장과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강덕 포항시장, 박재민 국방부 차관, 해병대 제1사단장, 해병대사령부 부사령관, 미8군 한측 부사령관 및 국방부·군부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국가안보 및 한미동맹 유지 차원에서 군 사격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정책과 피해보상 등 지원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11월 중순에 예정된 포항 수성사격장의 미군 헬기사격을 중단한 후 협의를 하는 것은 한미동맹과 국가안보 문제로 힘든 실정이며, 민·관·군 협의체 구성과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강덕 포항시장은 국가안보와 한미동맹 유지를 위해 아파치 헬기사격을 계속해야 한다는 국방부 입장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뒤 “국방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 후 전면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60여 년간 군 사격훈련으로 인한 엄청난 소음과 진동은 장기면에 국한된 것이 아닌 포항시 전역에 육체적·정신적·물질적 피해는 물론 대규모 투자도 보류하는 등 지역발전에 상당한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2월 우리 지역에 사전 협의 없이 강행된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은 그간 참아온 장기면민들의 소외감과 분노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며 “국방부는 11월 중순 미군 헬기사격을 중단하고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먼저 포항 수성사격장에 방문하여 집회 중인 장기면 주민 300여 명이 있는 자리에서 “포항 시민분들에게 사전협의 없이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실시한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사죄드린다”며, “주민들과 협의점을 찾아야 하겠지만 현재는 국가안보와 한미동맹 유지를 위해 미군 아파치헬기 사격을 중지한 후 협의는 어려우며, 민관군 협의체 구성을 통해 주민들과 해결점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그 자리에 있던 조현측 반대대책위원장을 비롯한 300여 명의 주민은 “국방부 입장을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국방부 차관이 내려왔으나 헬기사격을 강행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변동이 없다”며 “앞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헬기사격을 실력으로 저지하겠다”고 말하여 더 이상의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해 파행되고 말았다.
포항시 남구 장기면은 1965년 수성사격장이 조성된 이후 오랜 세월 각종 군 사격훈련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으로 지역민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으며, 여기에 사전협의 없이 실시한 미군의 아파치 헬기사격으로 주민들이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대규모 집회와 항의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며, 향후 미군헬기 사격이 강행될 경우 대규모 강경투쟁까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