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메르세데스 벤츠의 또 다른 별
2021-11-10 매일일보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영국의 명차 롤스로이스의 문화 후원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롤스로이스가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고객의 예술적 취향을 구현해내야 한다’는 신념으로 ‘뮤즈’, ‘환희의 여신상 챌린지’ 등 다양한 아트 프로그램으로 아티스트를 지원하며 강력한 예술적 브랜드 이미지를 선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국내에서도 사회적 기여와 함께 스스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업의 적극적인 메세나 활동 사례가 늘기를 기대하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이번엔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국내 수입사인 한성자동차가 중고등학교 미술영재들을 지원하면서 아티스트와의 협업에 나선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드림그림’이란 이름의 장학프로그램이다. 한성자동차는 2012년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예술적 재능과 꿈이 있는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장학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미대 진학을 희망하지만 현실적인 후원이 필요한 학생들이 대상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본적인 장학금 외에 아티스트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디자인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그 일환으로 현재 ‘드림토피아’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배준성 작가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어느 작가의 아틀리에가 등장한다. 벽면에는 아이들의 동물 낙서가, 바닥에 펼쳐진 캔버스에는 신비로운 숲 배경으로 그 위 동물들이 콜라주 돼 있고, 흰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캔버스 위에 앉아 바라보고 있다.
작가 배준성은 전 세계 슈퍼컬렉터들에게 각광받는 아티스트로, 시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소재를 한 화면에 녹여내어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함은 물론, 작가의 작품 일부분에 렌티큘러 방식을 삽입하는 형식의 렌티큘러 페인팅의 창시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특별한 협업이 숨겨져 있다. 스타 작가와 협업을 한 이는 다른 유명 아티스트도, 명품 브랜드의 수석 아트디렉터도 아닌 중고생 미술영재들이다.
코로나19로 언택트 화상수업으로 진행한 이번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집으로 배송된 드로잉 키트를 받아 작가에게 재료 사용법 및 멘토링을 실시간으로 받아 협업작품을 위한 그림을 그려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선별된 학생 드로잉은 작가의 리터칭 작업을 통해 미술작품을 통해 꿈을 펼치는 학생들,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자연 속 이상향을 표현하는 작품의 일부분이 된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에게서는 “작가님 한 말씀 한 말씀이 소중했다. 특히 흰 종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방법이나 그림 그릴 때 가져야 하는 기쁨. 리듬 등 생각이 바뀌는 기회였다” “작가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인드, 그리고 얼마나 즐겼는가를 중요하게 생각 하시는 것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등 감동 어린 반응이 쏟아졌다. 한성자동차 측은 “아이들 마음에 별을 더하는 것이 한성자동차가 가진 또 다른 별”이라고 이야기한다. 드림그림 프로젝트가 내년이면 10주년을 맞는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힘들었던 2020년이었던 만큼 새해엔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별을 전할 또 다른 프로젝트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