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유감스러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신주 약 1.5조원 규모를 한진칼에 출자하는 방안으로, 최종적으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모델이 가장 유력하다.
또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방식도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지주 회사를 설립해 산업은행과 같이 현물출자를 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다.
대한항공 역시 한국항공지주(가칭)를 설립해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한진칼 역시 대한항공 지분 일부를 현물출자하는 방식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은 사실 아쉬움이 남는다. 코로나19 이전 국내외 여행 붐은 각 항공사의 경쟁이 한 몫을 했다. 사실 국토교통부가 추가로 항공운송면허를 내준 것도 이러한 자유 경쟁을 유도해 이용 고객들의 편의를 증대하고, 서비스 가격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었다.
대형 FSC의 합병은 이러한 경쟁 측면에서 고객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국내외 노선을 대한항공이 독과점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그동안의 사례가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산업은행 관리 하에 들어왔던 기업들은 하나 같이 혈세 논란이 있었고, 매각 당시에는 헐값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산업은행이 최근 매각한 대우조선해양과 동부제철 사례를 보면 이러한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형식적으로 3조6000억원 규모지만 실제 투입된 자금은 6400억원 수준이었다. 이는 산업은행이 한화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려했던 가격의 1/10 수준에 불과하다.
동부제철 역시 마찬가지다. 동부제철은 산업은행이 당초 인천공장만 떼어서 포스코에 7000억~8000억원에 매각을 시도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당진공장 포함 동부제철 전체가 KG그룹에 매각된 가격은 3600억원이었다. 동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현대제철에 3000억원에 매각한 것을 감안하면 KG그룹은 동부제철을 사실상 거저 가져간 셈이다.
애초에 산업은행에서 동부제철을 철강업계에 이 가격에 팔았다면 대부분 기업이 인수를 하려고 달려들었을 것이란 게 업계 내 정설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3600억원이라는 헐값에 KG그룹에 넘기면서 철강업계 내 구조조정 기회마저 놓쳤다.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건도 한편으로 이해는 되지만 안타까움이 남는다. 산업은행은 기존 사례처럼 1/10 수준의 가격까지 매각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해 이처럼 빠른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 물론 그만큼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을 경영하려면 항공업 노하우가 있는 대한항공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는 말은 삼갔으면 한다. 애초에 HDC현대산업개발은 노하우가 있어서 매각하려 했나? 경영 노하우는 이미 아시아나항공이 다 갖고 있다. 그저 다른 기업에 헐값에 팔아 특혜를 주느니 대한항공에 매각해 산업은행의 지분과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처사에 가깝다.
이번 인수 건이 성사되면 분명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에 득이 될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한 대가는 앞으로 여행객들이 짊어져야 할지도 모르겠다. 대한항공의 단독 노선 비행기 값이 얼마나 비싼지 아는가? 한진그룹은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을 보유해 LCC마저 사실상 휘어잡게 됐다.
현재로선 언 발을 녹이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