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시대] 커지는 RE100 가입 요구, 거꾸로 가는 국내 정책
한국 전력정책, 신재생 설비 투자 시 혜택 없어…REC 가중치 등 보조금 축소 추세
RE100 위한 신재생에너지 구매비용 적지 않아, 직접투자 통한 자가발전이 효율적
2021-11-15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자가 당선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 정부도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발전사업자들에 대한 혜택이 많지 않아 지속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이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친환경 에너지 공약이 실현되면 수출기업들에 대한 RE100 가입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100 참여기업들은 소비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 최근 RE100 가입을 요구하는 해외 수요가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후보자의 당선에 따라 RE100 가입 요구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RE100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지속 투자가 필요하다. 즉, 기업의 RE100을 만족시킬 신재생에너지가 공급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태양광발전이나 풍력 발전 등에 대한 대대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무와 규제를 만든 반면, 투자에 대한 혜택이 많지 않아 발전 기업들이 국내보다 해외로 눈 돌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는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한국전력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대규모 발전사업자에게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의무화한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제도 때문이다. RPS 제도는 의무대상자에게 혜택은 없으나 의무 불이행 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부담이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RE100 등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 방법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직접 설비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이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높아 전력구매 시 비용이 치솟기 때문이다. 이는 요금제를 통해 전력을 구매하는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시설투자에 대한 혜택이 거의 없어 대규모 투자는 리스크를 동반하게 된다.
한전과 같은 대규모 사업자도 직접 설비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만큼, 일반 기업들의 신재생 설비 투자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심지어 기존에 신재생 발전 시 주어졌던 혜택도 축소되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신재생에너지 2030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5.0으로 책정했는데, 지난 7월부터 4.0으로 하향조정됐으며, 2021년 일몰을 앞두고 있어 사업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가중치 5.0은 태양광발전을 통해 전력 1을 생산하면 5만큼 생산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것으로, 정부는 최근 수년 새 잇따라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과충전 현상에 따른 화재로 가중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전력도 ESS를 설치한 이들에게 충전요금과 피크감축량에 따른 기본요금을 할인해주는 ESS 특례할인제도를 축소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설비 증설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미국의 세액공제 등을 시작으로 보조금을 늘리고 있어 발전사업자들이 해외 쪽으로 사업을 집중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친환경 에너지 정책은 세계적 추세다. 앞으로 해외에서 국내 기업에 RE100 가입 요청이 거세질 수 있다”며 “정부의 애매한 전력정책은 국내 기업들의 신재생 설비 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