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시대] SK그룹, 국내 최초 RE100 가입 선언 배경은?
SK그룹, 제3자 PPA 활성화되면 그룹 내 계열사에서 신재생에너지 직접 조달 가능
대기업 RE100 가입, 최적 방안은 결국 자가발전…SK그룹은 선행 투자 결실
2021-11-15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전세계에서 친환경 정책 열풍이 불면서 RE100 등 기업의 친환경 에너지 사용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공약을 내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자가 당선됨에 따라 이러한 시대적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일 국내 최초로 SK그룹이 계열사 8개사의 RE100 가입을 발표했다. 이는 최태원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활동의 하나로, 향후 기업경영의 새로운 핵심축으로 삼겠다는 최 회장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RE100 가입을 추진하는 SK 계열사는 SK㈜·SK텔레콤·SK하이닉스·SKC·SK실트론·SK머티리얼즈·SK브로드밴드·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8곳이다. RE100 가입 기업은 1년 내에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더클라이밋그룹에 제출하게 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GM, BMW 등 260여개 기업이 RE100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기업에 대한 해외 수요가의 가입 요구도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국내에서 가장 먼저 RE100 가입을 선언할 수 있었던 데는 그동안 계열사에서 추진해왔던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정부의 정책 추진이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는 RE100 이행수단으로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제3자 전력구매제도(PPA)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지분 투자 △직접 설비 투자를 하는 자가발전 등을 추진하고 있다.
SK그룹은 다섯 가지 정부 계획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이중 제3자 PPA가 핵심이다. 녹색 요금제나 REC 구매 등 다른 방안은 비용이 부담스럽다. 현재 전력 판매는 한국전력만이 가능하지만, 제3자 PPA가 시행되면 한전의 중개로 태양광·풍력 등 발전사들이 직접 기업에 전력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SK그룹은 SK E&S나 SK D&D, SK건설, SK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하는 계열사가 다수 존재한다. 즉, 제3자 PPA가 가능해지면 그룹 내 계열사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조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국내에선 협소한 부지 등을 문제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매우 비싼 편에 속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RE100 실현을 위한 최적의 방안으로 자가발전을 꼽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도 설비 투자 후 성과를 얻기까지 4~5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존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해왔던 기업이 아닌 이상 단기간 내 RE100 조건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재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발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계열사를 가진 그룹은 SK그룹 외에도 LG, 한화 등이 있다. SK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ESG 경영을 중시하면서 꾸준히 선행 투자해온 결과가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된 셈이다.
업계 내에선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수요처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RE100과 KS인증을 비교한다. KS인증을 받지 않는다고 제품 성능이 반드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KS인증을 요구하는 수요처에 제품 납품을 하지 못할 수는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RE100 가입 시 자가발전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지만 친환경 설비 투자에 드는 초기비용과 시간이 적지 않다”면서 “대안은 비용으로 대처하는 방법밖에 없다.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