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이 ‘죄’인 나라

민주노총 여성위 “여성노동자의 임신·출산 권리를 보장하라” 행진

2013-05-30     이선율 기자

[매일일보] “요즘 여자들은 약아서 출산을 기피한다”고 혀를 끌끌 차면서 정작 자기 회사에 부하직원으로 데리고 있는 여성의 출산은 죄악시하는 모순된 사회 분위기로 인해 임신한 여성 노동자들의 조산·사산·강제퇴직 등 비극적인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여성노동자의 임신 및 출산에 대한 권리를 사회에 환기시키기 위한 가장행렬 퍼포먼스를 3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었다.

여성위 최성화 차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여성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씩 근무하고 10분도 휴식하기 어려운 근로조건에 처해있지만 정부에서는 임신·출산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면서 여성에게 저출산을 강요하는 현실에 처하도록 만들었다”며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임신출산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이정현 본부장은 “제주의료원 간호사 15명이 임신을 했는데 그중에 정상 출산은 6명 밖에 되지 않고, 4명이 선천성 기형아를 출산하고 5명이 유산했다”며, “이런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에 대해 지금까지 산재를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현 본부장은 “지금 국제암기구에서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여성의 몸은 퇴색성 호르몬에 의해서 24시간 생체 주기가 맞아야 되는데 이 야간노동은 생체주기를 파괴해서 임신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임신을 했다하더라도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없는 그런 조건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병원조무사들은 5분도 눈을 붙일 수 없고, 허리를 기댈 수도 없는 심각한 고강도의 야간노동을 열흘 가까이 하고 있고, 불규칙한 노동으로 이미 50%이상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있다”며 “제주의료원의 산재를 인정하고 야간노동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구지역행동 네트워크 나영 사무국장은 “박근혜정부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여성에게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게 해준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 전반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 사무국장은 “단지 저출산 해결을 위해 여성노동자 정책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모든 여성들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거나 함부로 해고되지 않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저임금을 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원한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심선혜 의장은 “노동자들의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는 보육교사들이 얼마큼 힘들게 일하는지 그것을 보여드리고 함께 바꿔나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심선혜 의장은 “보육교사들은 자신이 임신을 해도 뱃속에 있는 아이, 집에 있는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이렇게 또 나와서 아이를 업고, 안고, 뛰고 이렇게 치이는 서류에서 살고 있고 정말 많은 아이들을 힘든 여건 속에서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 의장은 “보육교사들이 힘들게 일하다 지쳐서 떨어져 나가면 다른 새로운 교사들이 들어오는 것이 보육의 안심을 말하는 것이냐”며, “보육교사들이 행복하게 일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