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챙기자는 공모청약…기운 운동장 해소 vs 변동성만 키워
'돈 폭력' 제한 기대..."균등배정으로 공모주 청약 과수요 억제"
"공모주 수익보장 아냐"…"시장 침체되면 오히려 손실 역풍"
2021-11-18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당국이 발표한 공모주 배정 방식 제도 개편방안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갑론을박이다. 긍정적 평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는 것.
이번 개편안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공모주 균등 배정 방식을 도입하고 개인투자자들의 배정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일반투자자에 대한 균등 배정 도입으로 더 많은 물량을 받기 위한 고액자산가의 '거액 베팅'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이 있다. 그동안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선 증거금을 많이 낸 자산가들이 그만큼 많은 공모주를 받아가는 현상을 빗대 '돈 폭력'과 다름 없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균등 배정은 이같은 현상을 일부 방지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실제 수요보다 더 많은 돈이 몰리는 공모 시장 과수요를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개선안에는 공동 주관사 중복 청약 방지 내용이 담겨 있어 일부 고액 자산가의 거액 베팅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소액투자자들에 대한 배려가 엿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일반투자자에게 최대 10%까지 공모주 배정 물량을 확대한 조치를 두고 단기 시장 흐름과 여론에 떠밀린 졸속 행정이란 지적도 있다.
특히 공모주 상장 뒤 주식 시장에서 주가 하락이 나타날 경우 개인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IPO 시장 내부의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공모주 개인 배정 물량 확대를 반기는 표정이다.
실제 기관 60%, 개인 20%라는 비합리적인 배정 방식 때문에 개인이 받을 수 있는 공모 물량 자체가 적었던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인기가 많은 공모주의 경우 수천만원을 증거금으로 내도 몇 주 못 받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균등 배정 방식 도입까지 더해져 소액 투자자도 최소 물량 확보가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더 많은 증거금을 모으기 위해 대출 등 빚에 의존하는 사례도 줄어들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나온다.
우려의 시각도 많다. 공모주가 무조건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이 아닌데, 최근 분위기에 편승해 개인 배정을 확대하면 향후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모주 배정 방식 개편은 공모주가 많은 수익을 올리는 투자 상품이라는 인식 아래 이뤄진 느낌"이라며 "하지만 공모주는 얼마든지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품인데 균등 보상을 앞세운건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금융투자협회가 주최한 IPO 재도 개선 토론회에서도 당국의 제도 개편 움직임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연이어 쏟아졌다.
이날 패널로 참여한 송교직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는 "올해 IPO시장이 핫 마켓으로 형성됐다고 일반 청약자들에게 배정되는 물량을 확대하면 나중에 개인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반 배정물량을 확보해서 개인이 손실보면 누가 책임지겠나. 일반 배정물량을 확대하는 것은 아직 검토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자리에서 조셉권 씨티은행 홍콩 본부장은 "만약 수익률이 하락하는 시장이었다면 이런 애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도를 바꿨는데 내년에 시장 상황이 반대로 된다면, 다시 제도를 원래대로 바꾸자고 하는 것 아닌가. 이런 것은 모양새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최근 공모 시장 문제의 핵심은 빅히트 사례에서 부각된 것처럼 신규 상장 기업의 높은 주가 변동성"이라며 "개인 배정 물량 확대는 오히려 이 같은 주가 변동성을 더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기관투자자는 "최근 공모주 급등은 유동성과 과열 열풍 영향이 크다"며 "10% 더 늘린다고 각 개인에게 얼마나 혜택이 갈지 모르겠는데, 반대로 공모 펀드 활성화에 더 힘을 쏟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