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코로나가 또 덮쳤다
2021-11-19 매일일보
전시가 또 하나 취소되었다. 필자와의 파트너십으로 아르헨티나에서 AR(증강현실, 실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 전시를 준비하고 있던 현지 스페인 디렉터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현재 전 세계를 다시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은 대선이 끝나자 확진자가 하루에만 18만 명 늘어날 정도로 폭증세가 이어지고 있고, 유럽에서는 국토의 3분의 1을 레드존으로 설정하는 나라가 나올 정도로 재차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남미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남미 대륙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브라질은 확진자가 약 6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아우성이다. 한국에서도 진정되는 듯했던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는 조짐이다.
코로나가 다시 덮치면서 예술계의 시름도 더욱 깊어질 것 같다. 하지만 암울한 분위기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나. 그런 취지에서 독자들에게 세계인들이 예술과 소통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박물관의 전시장을 누비며 미술관의 작품이 아닌 바라보는 관람객을 주인공으로 작업하는 김홍식 작가의 ‘도시의 산책자’ 연작이다. 해외 작품을 직접 찾아가 감상하기 어려워진 현실에서 힘이 될 듯하다.
‘도시의 산책자’ 연작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작가가 경험한 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작가는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군중의 파도에 휩쓸려 모나리자 앞까지 이르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는 관람객이 작품들과 유물과 대화하듯이 자세히 보고 느끼는 것을 관찰했다. 촬영이 허용된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핸드폰을 들어 올려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프레임 속에 수 개의 프레임이 들여다보인다.
작가의 작품 표면은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그 위에 선명하게 표현된 디테일은 사진인지 회화인지 작업 과정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작업하는 과정 역시 여러 차례의 과정을 거친다. 스테인리스 스틸 자체에는 이미지를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철판 위에 빛에 민감한 감광제를 고루 발라 말린 후 사진 필름을 그 위에 얹었다. 필름을 얹은 금속판에는 필름의 상이 스테인리스 스틸에 그대로 얹어지게 되는데 이후 이미지 선과 면을 질감으로 표현하기 위해 금속 부식 전문가를 찾아 시행착오를 거쳐 부식 작업을 가능하게 했다. 부식이 된 금속 면 위에 잉크가 잘 베이도록 발라주고 닦아내어 찍어내는 것이 판화라면 찍어 나오는 판화지가 아닌 판 자체를 활용하여 실크스크린, 그 위 다시 페인팅 작업을 덧칠한다. 작가가 명명한 금속판 부식회화이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쳐 세계인들이 예술과 소통하는 모습을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