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CU, 예견된 대국민 사과?

2013-06-02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사망진단서 변조’와‘늑장 사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편의점 CU의 운영자인 BGF리테일이 대국민 사과 등 여론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본사는 8000여개의 점포를 거느리고 있는 국내 편의점업계 1위 업체이지만 올해만 이미 3명의 점주가 자살해 살인 기업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경기 용인에서 CU편의점을 운영하던 50대 남성이 본사 직원과 갈등을 빚던 중 수면유도제를 먹고 다음날 사망했다.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본사는 지난달 21일 보도자료와 함께 고인의 사망진단서를 첨부해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문제는 본사가 사망진단서에서 사망원인 가운데‘항히스타민제(수면유도제 성분) 중독’이라는 부분을 삭제한 뒤 수명유도제 복용과는 관계없이 마치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처럼 변조했던 것이다.본사는 또 이 과정에서 사건을 언론에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유족에게 위약금 면제, 위로금 등을 제시하며 자살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유족과 대리점주들이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등을 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자, 본사는 위조 사실을 공식 시인했지만, 편의점주 사망 직후에 일었던 유족과 본사의 합의금 관련 진실 공방까지 거론돼 당분간 진정국면을 맞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본사의 도 넘은 모럴해저드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대국민 사과가 이미 예견된 업보일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에도 이미 본사의 무리한 갑의 횡포로 인한 마찰과 감정싸움은 꾸준히 진행됐었다는 지적이다.일례로 점주들은 본사가 무분별하게 가맹점 수를 늘려서 점포당 매출이 감소,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주장했다.실제로 BGF리테일은 홍 회장 취임 이후 매출이 2배 이상 올랐지만, 편의점 점포당 평균 매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조3730억여원의 매출을 보인 BGF리테일은 홍석조 회장 취임 후 지난해 6년 만에 2배 넘는 매출 2조8571억여원을 기록했다.반면, 점포당 평균 매출은 지난 2008년 5억4389만원에서 현재 5억899만원으로 6.4% 감소했다.뿐만 아니라 지난 해 8월 훼미리마트에서 CU로 브랜드 명을 바꾸는 과정에서 일부 가맹주들은 본사를 상대로 위약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가맹주들은 훼미리마트 브랜드를 보고 계약했지만 갑작스런 브랜드 변경 이후 낮은 인지도로 인해 수익 보전이 어렵게 되는 등 피해를 겪었었다는 이유였다.더불어 참여연대는 본사 측이 24시간 강제의무 부과와 허위 과장 정보제공, 과다 해지위약금 부과, 영업지역 보호 미설정 등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는 맹공을 펼치지도 했다.이 밖에도 지난 해 일부 점주들은 본사가 수수료가 적은 계열사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강압적으로 설치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로 본사는 이와 관련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바 있지만, 이와 관련 당시 본사 측은 어불성설이라며 의혹을 전면 일축했다.